업종별 센터 구축 가능성도
공동으로 활용되는 I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결제원, 보험개발원, 증권예탁원, 증권전산 등 금융유관기관이 기업연금 공동개발 시장을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20일 금융결제원이 공동개발 제안 세미나를 개최한 이후 이번달 16일에는 증권예탁원이, 22일에는 증권전산이 연달아 공동개발 설명회를 열었다.
국민은행, 삼성생명 등 금융사들은 공동개발을 포함한 개발 방향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형사 중 일부는 기업연금 솔루션 업체와 접촉하며 내부 역량을 활용한 자체 개발을 검토하고 있으며 동시에 유관기관과도 협력하며 공동개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그러나 대형사라 하더라도 제도 시행 초기부터 위험부담을 안고 자체개발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또 중견 및 후발 금융사들은 비용절감과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한 공동개발로 방향을 맞출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유관기관들은 회원사 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도입 초기 다수의 금융사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사업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기업연금 시스템 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 자회사 설립은 부정적 = 금융결제원, 증권전산, 증권예탁원 등은 공동개발에 소요되는 초기 투자비용을 최소 150억원에서 최대 300억원까지 예상한다. 관련 기관들은 초기투자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형태로 수수료 수익을 통해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기관 내 시스템을 구축하는 ASP와 유사한 형태로 방향이 정해지고 있다.
일본에서 채택하고 있는 시스템 운영 자회사 설립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이다. 자회사 설립은 기관 내 시스템 설치에 비해 인력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등 비용부담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반면 보험개발원은 제도의 세부안 확정이 늦어지고 있어 10월 중순 설문자료가 취합된 뒤 모델을 확정하겠다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보험개발원은 ASP 모델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저렴한 데 반해 시스템 소유권이 기관에 있어 향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한 금융권 우려를 고려하고 있다. 금융사가 이용하고 있는 시스템 운영 유관기관이 사업성이나 제도적인 문제로 기업연금 공동시스템 사업을 포기할 경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해 금융결제원은 자사의 개발이 ASP 형태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금융결제원 전자금융팀 제영주 팀장은 “개발되는 시스템은 초기 투자비용을 금융결제원에서 모두 부담하되 소유는 금융사가 갖는 방향으로 채택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제 팀장은 “이 모델에 대해서는 금융사들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험개발원은 “이 모델도 결국은 기관 내에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ASP가 갖는 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 경쟁 속에 수수료 최소화 = 수수료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가이드라인만 나온 상태로 세부안과 은행권, 보험권 등의 입장이 정리되는 데로 확정될 예정이다. 미국의 경우는 공동 투자 비용의 1/1000~1/500 정도를 수수료로 책정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은 해외사례와 비슷한 수준에서 수수료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관 간의 경쟁이 치열해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서 책정될 가능성도 있다.
증권예탁원 김천 과장은 “해외사례는 참고자료 정도며 공익 인프라 성격으로 초과이윤이 없는 형태로 운영하기 위한 수수료를 책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공동으로 운영됐던 백오피스에 비해서는 부담 금액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발비용은 증권예탁원이 RK 중심의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어서 150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이에 반해 프론트 단의 개발을 고려하고 있는 금융결제원은 이보다 조금 더 높은 비용이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금융결제원은 시스템 사용 정도를 단계별로 구분해 수수료를 차등화해 적용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
◇ 차별화 전략 마련 고심 = 기관별 전략도 차별화돼 나타나고 있다. 금융결제원, 증권전산은 마케팅 수단이 제공되는 사용자 접점의 시스템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금융사 간 경쟁이 그다지 치열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기업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대형 세미나를 통한 설명회 정도는 열리겠지만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이러한 상품이 콜센터, 온라인 등 타깃 마케팅을 활용한 방식이 차별화된 방식으로 제공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금융결제원과 증권전산은 프론트단의 세부적인 전략이 마련되기 전까지 자사의 인프라를 활용하도록 제공한다. 전국적인 콜센터 망과 웹서버를 활용한 온라인 채널 접점 등이 마련됐다. 금융결제원은 콜센터는 주로 인바운드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 제도설명, 상품, 납입금 안내 등의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은 향후 금융사가 자체적인 차별화 전략으로 프론트단을 구현하게 됐을 때를 대비해 기업연금 모델에 미들웨어를 추가했다. 프론트단은 자체에서, RK(Record Keeping)는 공동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금융사의 다양한 데이터 포맷은 미들웨어를 통해 통합하겠다는 전략이다.
증권예탁원은 자산관리 기관으로의 전문성을 강조한다. 기록관리에 결제를 통합, 처리하는 모델을 강조한다. 특히 기업연금 운영상품이 수익증권 중심으로 꾸며질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에 따라 증권예탁원의 수익증권 예탁, 결제 기능을 통합한 모델을 내놓고 있다. 또 증권전산은 22일 세미나에서 재해복구센터 등 자사의 인프라를 활용한 아웃소싱 모델을 설명했다.
한편 보험센터, 은행센터가 따로 마련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초기 시장에서는 업체간 경쟁보다는 업종별 경쟁이 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동일한 형태의 R/K 구축을 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은행권과 보험사가 업체가 아닌 업종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종별 센터가 구현될 경우 동일한 기관 내에 센터 구축도 가능하지만 업종별로 강점이 있는 기관 몇 개가 별도의 센터로 공동개발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송주영 기자 jy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