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이들 사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본격화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신문은 앞으로 모두 2회에 걸쳐 이들 외은지점 시장지배력 확대가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살펴본 뒤 현황 진단 및 전망을 해보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씨티은행이 한미은행과 합병해 국내은행으로 분류되더라도 외국은행 지점들의 총자산 규모 100조원 달성은 시간문제 일 겁니다”
한 시중은행 부서장이 내놓은 전망이다.
점유율이 늘고 있다는 건 알려졌지만 실상도 그런지 통계를 뒤져 보니 결코 헛된 말이 아니었다.
금감원이 공개한 올 상반기 33개 외은지점 총자산은 91조3792억원이다. <표 참조>
한미은행과 합병을 앞둔 씨티은행이 빠지면 77조5933억원에 그칠 숫자다.
그런데 자산규모 5조를 넘는 은행 숫자가 8개로 늘었다. 2002년엔 평잔 기준(이하 2002년 2003년 수치는 평잔 기준)으로 씨티가 12조를 넘겼고 HSBC만이 겨우 5조4381억원이었다.
우선 외은지점계에서 1위를 달려온 씨티를 뺀 2~4위 자산증가율이 무섭다. HSBC는 8조7271억원으로 2002년의 5조4381억원보다 60.48%(3조2890억) 늘었다. JP모건체이스 7조6283억원으로 1년 반 새 77.35%(3조3271억) 늘었고 몇 해째 4위를 지켜온 도이치은행은 98.51%(3조7022억)으로 더 가파른 상승세다.
자산규모 상위 10대 은행 자산 증가율은 2002년에서 지난해 사이 19.61%로 외은지점 전체 상승률 22.78%보다 낮았지만 올 들어 상승률은 34.57%로 외은지점 전체 증가율 16.53%를 웃돌았다.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인 동시에 외은계에서도 상위 은행 중심으로 외형 팽창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는 예수금 분야에서도 같은 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선 특히 씨티가 한미은행 채널을 통해서 영업에 나설 경우 HSBC나 스탠다드차타드 등 국내시장에 대해 공격적 포지션을 천명했던 은행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씨티가 빠지더라도 HSBC가 10조원 시대를 열고 자산 규모가 순위상 촘촘히 늘어선 HSBC, JP모건체이스, 도이치와 5위권에 새로 진입한 프랑스 칼리온은행(칼리온+엥도수에즈 합병) 등도 10조원 대열에 곧바로 뒤 이을 수도 있다.
이는 결국 국내은행에겐 시장잠식을 뜻한다. 외국은행의 총자산 기준 점유율은 2002년 6.78에서 지난해 6.71%로 줄었다가 올 상반기 7.35%로 늘었다. 상위권 자산은 그 사이에도 늘었고 10대은행 총자산은 올해 들어 국내 전체 은행시장의 5% 벽을 뚫고 5.49%로 솟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져서 대출을 줄여서 대출금 증가세가 낮을 뿐 예수금 증가세도 꾸준한 것으로 볼 때 국내은행들이 차지할 몫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외국은행 총자산 추이
(단위 : 억원)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