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는 부실자산을 최대한 줄이는 기회로 삼는 반면, 당장 영업에도 숨가쁘다는 기업도 있다.
25일 부동산신탁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토지신탁사업이 부실화될 경우 회수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실자산의 이자를 수익으로 인식하던 과거 방식에서 실제 수익이 들어올 경우에만 당기순이익으로 인식하는 현금주의로 회계기준이 변경돼 시행에 들어갔다.
적용대상은 토지개발을 해온 한국토지신탁, KB부동산신탁, 한국자산신탁이다. 이들 3사는 건전성 5단계(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에서 회수의문과 추정손실 단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토지개발이 수익성이 높은 만큼 위험도 높아 적용 받는 것이다.
반면 대리사무와 사무수탁이 대부분인 생보부동산신탁과 대한토지신탁은 제외됐다.
이 기준을 적용하자 3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토지신탁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나 감소한 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더니 업계 2위인 KB부동산신탁도 15억9200만원으로 57%나 줄었다.
한국자산신탁은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탓에 올 상반기 55억27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KB부동산신탁은 적극적으로 부실자산을 털어내겠다는 태세다. 향후 2년안에 모든 부실자산을 청산한다는 방침아래 올해 안에 60%를 줄이겠다는 각오다. 임대사업장의 일부분이 임대종료 의무기간이 있는 물건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부실자산이 포함된다. 이미 전담팀을 구성해 부실자산 정리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상반기에만 충당금을 120억원 쌓았고 계속해서 늘려가면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지신탁은 회계기준변경이 오히려 자산건전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286%에서 올 상반기 말 254%로 떨어졌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따라서 한꺼번에 부실자산을 정리하기 보다 순차적으로 줄여갈 방침이다. 부실자산이 일괄적으로 팔고 싶다고 쉽게 매각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을 경우 재무제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토신 관계자는 “굳이 팔아서 손실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충당금이 1800억원 정도이므로 이 범위안에서 연차적으로 줄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산신탁의 경우는 이번 회계기준변경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일단 수치상에 부정적인 영향은 나타나지 않자 금감원은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환입과 법인세 절감효과 등으로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며 “특히 최근 회사가 정상화되면서 영업에도 뚜렷한 개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향후 검사국에서 검사일정을 잡는 대로 이 기준이 제대로 준수됐는지 파악할 예정이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