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1년 중 소비재 결제 비중이 가장 큰 추석을 한 달여 밖에 남겨두지 않고 있어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열려 있다. 1년중 가장 큰 시장이 열리는 만큼 자칫하면 업계 내에서 현재의 지위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비씨, 이마트에 조정 수수료율 통보
최근 이마트와 실무자간 협상을 진행해 오던 비씨카드는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 최초 제시한 인상된 수수료율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요지의 공문을 25일 발송했다. 비씨카드는 내달 1일부터 현행 1.5% 수수료율을 이마트 65개 매장별로 2.0~2.35%로 인상할 계획이다.
비씨카드 신동은 홍보팀장은 “원가(4.75%)보다 턱없이 낮은 할인점 수수료를 올리는 것은 카드사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씨카드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작업을 생존차원에서 2년 정도 준비과정을 거쳐 진행한 것으로 이번 만큼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마트는 수수료 인상이 단행될 경우 가맹점 계약을 곧바로 해지하고 비씨카드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마트는 카드사가 경영부실을 가맹점에 떠넘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카드사가 제시하고 있는 수수료 원가도 믿을 수 없다며 수수료 인상에 반발하고 있다.
만약 비씨카드가 예정대로 내달 1일부터 이마트에 대해 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하고 이에 반발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경우 카드 이용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 될 수 밖에 없다.
◆ 수수료 분쟁 확대일로
비씨카드와 이마트간에 시작된 수수료 인상 갈등은 대부분의 카드사들과 유통업체들이 가세하면서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씨카드가 이마트에 수수료 인상을 통보한 이후 KB카드, 삼성카드, LG카드까지 모두 나서 롯데마트, 까르푸 등 대다수 할인점업체에 수수료를 기존의 1.5%에서 2% 이상으로 인상하겠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LG카드는 지난주 말 이마트 등 주요 할인점 업체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종전 1.5%에서 업체별로 2.2~2.5%로 인상하는 문제를 협의하자는 공문을 보냈다. 삼성카드 역시 롯데마트에 다음달부터 가맹점 수수료를 종전 1.5%에서 2.4%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의 KB카드 마저 현행 1.5%인 할인점 수수료를 내달부터 2.2%로 인상할 예정이라는 공문을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까르푸, 월마트 등 모든 할인점 업체에 전달해 둔 상태이다.
이에 앞서 KB카드는 LG홈쇼핑, 현대홈쇼핑 등 일부 홈쇼핑업체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통보했다.
이데 대해 LG홈쇼핑, 현대 홈쇼핑 등은 KB카드가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인상해 적용하자 가맹점 계약 해지를 검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홈쇼핑업계 1위인 LG홈쇼핑은 수수료를 재조정하지 않으면 가맹점 계약 해지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KB카드측에 보냈으며 현대홈쇼핑도 지난주 초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와 KT 등 유·무선 통신업체들은 카드사들이 최근 1% 안팎에 달하는 카드수수료를 인상키로 통보해옴에 따라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주에 KB, 삼성, LG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기존 1.5%에서 2. 5%로 9월1일부터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내부적으로 대응방안을 검토중이다.
카드사, 내달 1일부터 인상 수수료 적용키로
가맹점, 세규합·국회방문 등 조직적 대응 나서
◆ 가맹점단체도 실력행사에 돌입
카드 수수료 인상 저지를 위해 결성된 전국가맹점사업자 협의회(가단협)에 사업자단체들의 가입이 쇄도하고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분쟁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가단협은 백화점과 할인점, 홈쇼핑 등 대형 사업단체와 음식점, 노래방, 주유소 등 경제 전역에 걸쳐 세력을 규합, 공동대표를 선임하는 등 조직을 체계화하고 있다.
가단협은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 김경배 회장,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오호석 회장, 한국음식업중앙회 남상만 회장 등 3인을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신임 회장단은 늦어도 다음주 중으로 국회를 찾아 각당의 정책위의장을 만나 최근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상에 대한 부당성을 전할 계획이다. 또 국무총리실을 방문, 경제조정관을 만나 내수 불황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수수료 인상이 강행될 경우 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할 방침이다.
가단협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통보, 적용하고 있는 카드사들과는 협상이 안되고있다”며 “국회를 찾아가 사회 전반의 경제활동 주체자들이 수수료 인상으로 얼마나 큰 고충을 겪고 있는지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첫 발길을 국회로 정한 가단협은 카드사들과 협상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가단협은 일부 업종에 이미 적용된 수수료 인상을 철회할 것을 카드사에 요구한 상황.
가단협 관계자는 “홈쇼핑같은 대형업체도 그렇지만 특히 음식점과 같은 영세업종은 카드사와 협상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다”며 “카드사가 진정 협상을 원한다면 이미 적용된 수수료 인상을 철회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이어 “그 후 양측이 카드사의 입김을 배제한 상태에서 객관적인 원가분석을 시행하고 이를 토대로 가맹점별로 협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단협은 “회원단체들이 아직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가맹점 해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최악의 경우 가맹점 계약 해지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 정부의 조정자 역할 촉구
카드사와 가맹점의 수수료 분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정부에 조정자 역할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 YMCA는 25일 수수료 분쟁에 대한 성명을 내고 “비씨카드와 이마트의 수수료 분쟁이 더 확산되면 소비자들이 엄청난 불편과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연례적으로 되풀이되는 수수료 분쟁을 막기 위해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 했다.
YMCA는 또 “정부가 지난 2001년말 규제완화와 자율경쟁 강화 등을 명목으로 가맹점 공동망 이용을 자율화면서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며 “정부는 공동망 이용을 다시 의무화하고 업계의 법위반과 부당행위를 조사하는 등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YMCA는 카드사와 가맹점 양측 모두 가맹점 계약 해지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상호 정보 교류를 통해 합리적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드사에 대해서는 신용판매를 통한 수익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있더라도 수수료 인상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선 인식하고 절충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할인점과 홈쇼핑 등 가맹점들도 신용카드 사용 확대에 따른 매출 증대와 이익 실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조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영경 YMCA 신용사회운동사무국 팀장은 “카드사와 가맹점은 경제 전체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며 “상호간 정보 교환으로 신뢰를 쌓아가면서 타협점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내달 중순이 협상 분수령
신용카드 대금 결제 비율이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추석을 한 달 여 앞두고 있다는 점은 위험성과 동시에 안전판을 제공하고 있다. 이마트는 고객을 여타 카드 등으로 유도할 방침이지만 고객과 직접 맞닿는 유통사로서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 또 최근에 삼성 LG 등 전업계 카드사도 대형 할인점을 압박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심한 경우 현금서비스로 현금을 인출해 결제하도록 고객을 유도해야 할 상황에 몰리고 있다.
카드사도 부담감은 마찬가지다.
이마트의 경우 수수료율이 낮아 결제가 안 일어나면 그 만이라고 큰소리를 쳐보지만 속 마음은 다르다. 현금서비스를 줄이고 신용판매 비중을 올리는 마당에 전체 신용판매액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이마트를 잃을 경우 중장기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여타 카드사들이 공동으로 보조를 맞추지 않을 경우 자칫하면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자리한다.
결국 카드 결제 비중이 가장 높은 9월 셋째 주(추석 1주 전)를 앞두고 이마트와 비씨카드 가 최종 협상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
비씨카드와 이마트 협상일지
6월 : 가맹점 수수료율 현실화 관련협의를 위한 수차 접촉시도, 이마트 담당자 접촉기피로 협의 불가
7월 2일 : 수수료율 조정협의 요청공문 발송
(가맹점 수수료율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여 이마트의 원가를 감안하되 파급효과를 감안 매장별로 대형할인점 기본수수료율인 2.0%부터 최고 2.35% 적용예정 설명)
7월 13일 : 수수료율 조정관련 이마트 방문협의 및 매장별 원가제시
7월 20일 : 이마트 양산점 가맹점 가입(8월 3일 개점) 및 양산점에 대해 신규 대형 할인점 기본수수료율인 2.0% 적용 통지
7월 22일 : 가맹점 수수료율 관련 조정통지 공문발송
(이마트 매장별 원가에 근거한 수수료율 적용예정(예정일 8월 9일)사실 통지)
7월 29일 : 이마트로부터 개별원가에 따른 수수료율 적용 수용불가 공문 접수
7월 30일 : 이마트 파주점 가맹점 신규가입 및 신규 대형할인점 기본수수료율인 2.0% 적용
8월 4일 : 이마트로부터 8월 5일 예정 실무자 모임 거절 접수
8월 5일 : 이마트 양산점 가맹점 해지신청 접수
8월 12일 : 이마트 파주점 가맹점 해지신청 접수
8월 16일 : 양사 실무팀장 면담 협의통한 양사의 입장 학인
8월 18일 : 비씨카드 실무팀장 이마트 방문협의 및 상호입장 확인
8월 25일 : 이마트측에 매장별 2.0~2.35% 수수료율 적용 통지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