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주가에 상당히 반영됐을 뿐더러 아직은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 판정에 최소 수 개월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유가의 동향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특히 OPEC의 대응이 주목되는데 현재 고유가에 대한 위기감으로 국제적인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증산에 대한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고 판단된다.
만약 의미있는 증산이 이뤄질 경우 투기자금의 이탈과 함께 유가의 하락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글로벌 주가의 흐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향후 주가의 흐름을 좌우할 변수는 아무래도 경기 요인보다는 수급이라 판단된다. 중국과 미국의 긴축 기조 전환 가능성이 실물 경기에 대한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지만 당장은 글로벌 유동성의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우선 국제유동성의 위험선호도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즉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커짐으로써 주식의 비교우위는 약화될 것이다.
또 지난해부터 이어진 아시아 주식에 대한 매수에 달러 약세와 미국의 저금리를 배경으로 한 소위 캐리 트레이드가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금리인상과 달러강세의 가능성이 높아진 지금 그 반대의 자금 흐름이 나타나고 있고 이머징 마켓의 하나인 우리 주식시장은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실제 펀드 매니저에 대한 최근 조사에서 현금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 펀드 플로우 역시 이머징 시장에서의 유출이 강화되고 있다. 국내자금 또한 내수부진으로 외국인의 매수 공백을 보완해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향후 불리한 수급 여건을 고려해 볼 때 시장은 상승이 있다 하더라도 제한적인 반등이상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이러한 자금 흐름의 반전 혹은 안정화는 실물 경기 위험의 감소를 전제로 하는데 이는 단기적으로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시장에서의 자금유출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인데 이는 우리 시장의 비교 우위가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비교우위의 가장 큰 논리적 근거는 역시 낮은 가치평가(Valuation)다. 대부분 국내외 증권사 유니버스 기준으로 현재 시장의 P/E는 7배 미만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역사적 바닥 수준이다.
물론 예상실적 기준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안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할인치고도 지나치게 주가가 낮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우 환매와 같은 자금흐름의 문제가 아니라면 펀드 매니저들이 현 가격대에서 매도를 합리화할 논리를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가치와 모멘텀의 대립구도 하에서 현 장세를 보아야 하는데 당분간 저평가 논리보다는 모멘텀 약화의 주가 영향력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가치투자자라면 적극적으로 저평가 주식의 탐색에 나서야 할 것 같다. 기다림의 고통이 클 수도 있겠지만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영역으로 진입해 있기 때문에 보상 역시 클 것으로 판단된다.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