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이처럼 일이 많아진 것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과 금감위가 금융현안을 놓고 건건이 충돌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사의 투자유가증권 평가익 회계처리규정 변경 문제를 놓고서는 삼성생명이 이례적으로 반발 공세를 펼치고 있고, 금감위는 금감위대로 "당초 안대로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감독당국과 삼성간 정면대결로 가는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삼성생명, 삼성카드, 삼성에버랜드 등 3개사가 모두 금융감독법규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여 있다. 세 기업은 규모나 분야에서 그룹의 핵심일 뿐 아니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간단치 않다.
발단은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자격 논란에서 부터 출발한다. 지난달 7일 참여연대의 주장으로 처음 제기된 후 공정위와 금감위가 각각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지주사` 및 `금융지주사`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후 공정위 지시에 따라 4월 29일 삼성에버랜드가 지주사 신고를 해 시간을 벌면서 1라운드는 막을 내렸다. 금감위는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 6월까지 방안을 제출하라`며 두 달의 여유를 주는 한편 삼성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 와중에 삼성카드가 금산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졌다. "금융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사는 금융자회사를 제외하고는 일반 법인 주식을 20% 이상 소유하거나, 5% 이상을 소유하면서 계열사의 다른 지분과 합쳐 지배적 지위를 행사할 때는 금감위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그런데 삼성카드가 1998년 말과 99년에 에버랜드 지분을 취득하면서 이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주회사와 금산법을 둘러싼 삼성과 감독당국간의 마찰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험사 평가익 회계처리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지난 3월 금감위 이동걸닫기

다른 문제에는 조심스럽게 대처하던 삼성이 이에 대해서 만큼은 정면대응 하고 나섰다. 29일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T/F의 개선안이 공개되자 업계를 중심으로 비난이 잇따랐다. 공청회 전날 생보협회가 반박 자료를 냈고 다음날엔 한국회계학회가 "안티 금감위" 심포지움을 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감위는 "이들이 삼성의 주장을 대변하고 있다"면서 개정안에 반영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례적으로 신속히 결론낼 것이라는 입장도 공언했다. 급기야 삼성생명이 직접 나섰다. 3일 삼성생명 이유문 대표계리인이 기자회견을 자청, 금감위 개선안에 강력 반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어차피 보유한 유가증권(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할 가능성이 낮아 회계규정을 바꿔도 계약자에게 돌아갈 실익이 없는데 무의미한 공방을 벌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상장할 경우를 고려하면 그 의미와 무게가 전혀 달라진다는 평가다.
안그래도 사면초가인 삼성의 악재는 계속되고 있다. 씨티의 한미은행 지분 공개매수 주간사였던 삼성증권이 "주간사는 공개매수에 응할 수 없다"는 증권거래법을 어기고 증권사 상품계정서 한미은행 주식을 샀다가 팔아 6억5000만원의 이익을 얻은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증권은 "법을 몰라 생긴 단순실수"라면서 상황파악 직후인 3일 오후 금감원에 자진 신고해 왔다.
이는 위의 세 사안과 성격은 다르지만 안 그래도 감독당국과 난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삼성에 부담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삼성은 현재 건건이 빚어지고 있는 감독당국과의 마찰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할 수 있다"며 우회적으로 정부에 반대 입장을 전달하는가 하면 보험사 회계처리안에서 보듯 직접대응도 서슴지 않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들은 이같은 삼성의 대응에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빼든 칼"을 쉽게 넣지는 않을 태세다.
마찰을 빚고 있는 사안들 뒤에는 삼성전자 주식이 있다. 에버랜드가 금융지주사 요건을 갖추게 된 것도, 삼성생명의 회계처리가 문제가 된 것도 삼성전자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너무 잘 나가는 계열사를 둔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다. 뭔가 본질을 건드리는 조치를 `단행`하겠다는 삼성측의 의지가 가시화되지 않는 한 양측의 마찰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