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정부에서는 신용불량자 구제책을 내놓으면서 절대로 모럴 해저드를 발생시키는 선심성 대책은 없을 거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확신에도 불구하고 이미 배드뱅크 설립으로 인해 많은 신용불량자 사이에는 ‘조금만 더 버티자’, ‘빚을 갚으면 손해’라는 말들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많은 언론에서 신용불량자들을 모럴 해저드로 몰아가고 있지만 그것이 신용불량자들만의 잘못인가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조금만 탕감받으려는 신용불량자를 모럴 해저드라고 말한다면 어째서 오는 9월에 시행되는 개인회생제도에 대해선 비판이 없는 것일까.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개인회생제도의 경우 법원의 판단으로 면책범위가 정해진다. 바꿔 말하면 면책범위가 무제한이란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선진국의 판례를 참조할 수 밖에 없고 미국등 에서는 보통 50%까지 원금을 탕감해 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당장에 신용회복제도가 시행되면 법원에는 매일 수천명의 신용불량자가 모여들 것이 뻔하다.
그들을 다 모럴 해저드로 몰아갈 수는 없다. 당장에 살길도 힘든 마당에 이러한 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더 바보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이러한 대책을 발표한 정부를 모럴 해저드의 주체로 보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열심히 채무를 갚기 위해 노력한 신용불량자들에게 우선순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러한 상황에서 ‘당분간만 버티자’라는 신용불량자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몇 개월만 버티면 원금을 탕감받는데 비해 현재의 개인워크아웃이나 배드뱅크의 경우 별다른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도덕적으로만 비난할 수 없다. 당장에 빚을 갚을 길 없는 신용불량자에게 이같은 길을 제공해준 것 자체가 이미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다.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육박한다고 단기적인 정책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기존의 신용구제책을 유야무야하게 만드는 정부야 말로 진정한 모럴 해저드의 주체가 아닌가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