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증권이 외국계 펀드와의 한판 겨루기에 나설 전망이다.
28일 삼성증권 황영기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1조원 규모의 프라이빗 에쿼티 펀드를 조성, 비상장기업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황 사장은 골드만삭스가 진로를 인수하려는 움직임 등을 예로 들며 해외 투자은행들이 부동산 등 자기자산 투자를 늘려나가는 전략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것. 즉 1조원 규모의 프라이빗 에쿼티(Private Equity) 펀드를 조성해 비상장기업 중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 대상기업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10∼20%의 지분을 인수, 대상기업을 정상화시킨 후 매각차익을 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경영권 또는 10∼20% 지분을 인수한 구조조정 대상기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성의 ‘정도경영’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황 사장은 “이미 삼성증권은 삼성생명에 투자요청을 한 상태며 삼성생명측에서 이를 적극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라이빗 에쿼티 펀드는 리스크가 많고 5∼7년의 회임기간이 필요한 장기투자라는 단점이 있어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이에 대한 투자문화가 성숙돼 있지 못한 점을 감안, 황 사장은 이런 패러다임 전환에도 적극 뛰어든다는 구상이다.
황 사장은 “국내에 프라이빗 에쿼티 펀드를 운용할 만한 20여명의 인력 풀(Pool)은 충분히 있다”며 “때문에 회임기간이 길고 리스크가 많지만 연 25%대의 높은 수익률을 끌어낼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은 다져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프라이빗 에쿼티 펀드로 하여금 금융회사를 인수할 의사는 없다고 황 사장은 못박았다. 이와 함께 대우증권이나 LG증권에 대한 인수의지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M&A를 잘 한다거나 100억원대 이상의 고액 고객에 대한 특화된 영업을 잘 하는 증권사가 있다면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인수할 의향이 있다”며 “그러나 국내 대다수 증권사들의 영업형태가 비슷해 은행권처럼 대형화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없기 때문에 다른 증권사에 대한 인수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청계천에서 책장사를 하더라도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고 비유하며 “대우나 LG가 좋은 곳으로 인수돼 자산관리영업을 비롯, IB, 프라이빗 에쿼티 시장을 함께 조성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황 사장은 덧붙였다.
한편 삼성증권은 올해 자산관리영업을 한층 강화, 일임형랩을 삼성의 ‘명품 금융서비스’로 발전시켜 상반기중 1조원, 연내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IB부문에서도 수익이 적더라도 가능한 한 다수의 딜(Deal)에 참여해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외국계 투자은행에 대한 경쟁력을 키워 나갈 방침이다.
이처럼 비즈니스 모델을 한층 다양화해 브로커리지 : 자산관리영업 : IB : 캐피털 마켓(CM)의 수익비율을 3 : 3 : 2 : 2의 선진 금융사 수준으로 정착, 세계적인 종합투자은행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 황영기 사장(오른쪽)과 오명훈 리테일 사업본부장(왼쪽).
김재호 기자 kj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