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은행 지점에서 일하고 있는 여직원이 최근 지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그말도 맞는 것이 본인이 맡고 있는 본연의 업무가 아닌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엔 길거리에서 전단지도 배포했다고 한다. 그나마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 지점은 날씨가 추운 관계로 사복을 입을 수 있도록 배려(?)해줬지만 다른 지점의 경우 유니폼에 띠까지 두루고 전단지를 배포했다고 한다.
전단지 배포는 각 지점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영업 실적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각 지점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지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점 직원들은 영업 시간이 끝나면 텔레마케터로 변신하기도 한다. 관리자급이 아닌 이상 지점에 있는 모든 직원들은 본인의 고객 중 영업 효과를 볼 수 있는 고객을 선별, 하루 세 명 이상에게 전화를 걸어 상품소개 등을 해야 한다. 그야말로 텔레마케터다. 물론 지점마다 의무적인 것은 아니고 자발적이라고는 하지만 월급을 받고 생활하는 직원들의 입장에선 다르다. 매일 세명 이상에게 전화를 하고 전화 결과와 고객들의 반응을 일일이 지점장에게 보고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직원들의 업무성과 평가에 있어서 어쩌면 가장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영업실적이라고 보이는 상황에서 직원들은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
지점 직원에게는 또 하나의 포지션이 있다. 바로 신용카드 영업이다.
창구를 찾는 직원들에게 신용카드를 판매하는 것도 지점 직원의 몫이다. 별도 법인으로 신용카드사가 있고 영업점도 별도로 존재하지만 은행 영업점에서 영업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카드 영업 실적은 지점별 평가에선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은행 지점을 지역별로 묶은 강남, 강동, 동부지역 등 본부별 평가에 있어서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본부에서는 지점으로 압력이 내려올 수밖에 없으며 지점은 직원들에게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각 지점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본부장 및 지점장의 실적지상주의 때문으로 보인다. 영업 실적에 따라 각 지점장의 능력이 평가되고 이에 따라 전결권의 범위가 정해지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실적지상주의가 오히려 지점 혹은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