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경색을 걱정할 만큼 환부가 컸고 많은 사람들을 매달리게 했다. 흔히 정책 당국을 탓했다. 그렇지만 기자는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짚고 싶다.
어느 한 곳의 유동성이 위태로우면 정부가 손길 닿는대로 금융회사를 움직여 지원해주고, ‘그러면 안된다’는 거의 무조건반사적인 지적이 반복된다. 사회의 문제해결 능력이 그것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카드사 위기의 줄기 가운데는 ‘가계 빚’ 문제가 있다. 한은은 지난 3분기 가구당 빚은 2921만원에 이르러 사상최대치라고 밝혔다. 심각하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것은 가계의 빚을 줄일 국가적 또는 사회적 동력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특히 이에 대한 생산적 논쟁이 없고 따라서 지혜로운 결론도 안 나온다는 점이다. 정책이 재탕이고 금융회사들의 대응도 근시안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카드 빚을 내기 어려워졌고 은행 문턱이 버거운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만만찮은 2금융권이나 사금융업체를 찾기 마련이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반면에 복지정책은 극빈층에 집중돼 있다. 동시에 정부는 금융 대형화·겸업화 드라이브만 걸었다. 금융사들은 부자고객을 주축 삼고 돈 안되는(?) 고객들에게 ‘각종 수수료 인상+예금 금리깎기’가 필수 선택사항이 됐다.
금융인들은 ‘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남겨야 하는데 다른 걸 어찌 신경쓸 수 있느냐?’고 당연시 한다.
우리 금융계는 정책당국이 터준 길만 묵묵히 가면서 다른 경쟁사에 안 뒤지면 된다는 논리에 지배 당하고 있는 듯해서 허탈하다.
다수 고객(가계)의 살림살이가 구조적으로 압박받는다면 금융업의 미래도 어둡다. 외국자본에의 매각일변도 정책을 반성하는 컨센서스가 무르익기까지 6년이 걸렸다. 이건 금융인들의 무기력도 한 몫 했다. 이제야 문득 깨달은 게 아닐테니까 말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