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상승 등을 이유로 이달초 일제히 자동차보험료를 올렸던 손보사들이 이번에는 보험료 내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서 보험 계약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범위요율에 범규위반요율까지 붙여 최고 10%까지 보험료를 낮추는 등 고객 유치전을 벌이고 있어 자칫 수지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LG·동부화재 등 이른바 ‘빅4’ 손보사들이 최근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범위요율을 내리는 방법으로 자동차보험료를 1∼5% 인하했다. 대형 손보사가 일제히 보험료를 내림에 따라 중소형 손보사도 ‘울며 겨자먹기’로 범위요율 인하를 검토 중이다.
범위요율이란 은행에서 지점장의 재량으로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전결금리’처럼 ‘손보사가 금융감독원의 승인 없이 고객별로 보험료를 조정할 수 있는 범위’다. 현재 기본보험료의 5% 이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
특히 동부화재가 최근 범위요율 조정으로 자동차보험료를 최고5%정도 인하하면서 법규위반요율도 최고 6%까지 상향 조정했다. 무사고에 법규위반실적도 없으면 최고 11%정도 보험료가 싸게 가입할 수 있는 셈이다.
법규위반요율은 2000년 9월부터 시작된 제도로 음주운전,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속도제한 등 교통법규 위반 여부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제도를 말한다. 음주사고, 뺑소니 등 중대한 법규위반시 10%~20%의 보험료를 할증하며, 할인율은 최고 10%이내로 돼 있지만 대부분 0.3~0.35%정도를 적용해 왔다.
할인율이 할증률보다 현저히 낮은 것은 할증고객보다 할인고객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명의 할증고객에게 10%씩 보험료를 높여 받으면 90명의 고객에게는 1%의 할인율을 적용해야 할증보험료와 할인보험료가 같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부화재는 이 같은 업계의 관행에서 벗어나 할인율을 6%까지 높여버렸다. 최고 5%로 돼 있는 범위요율 이상의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한 전략이다. 최고 10%이내에서 자율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비상식적인 가격 인하란 게 업계의 지적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달 초 자동차보험료를 올리자 우량 고객이 보험료가 싼 온라인 보험사나 중소형 손보사로 몰렸다”며 “위기의식을 느낀 일부 대형 손보사가 우량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범위요율을 낮추면서 보험료 인하 경쟁이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9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는 등 손보사의 경영환경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 보험료 인하 경쟁이 벌어져 손보사들로선 경영에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됐다”며 “특히 손해율 상승으로 고전하고 있는 중소형사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9월 태풍 ‘매미’로 자동차 피해가 늘어 11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6.5%로 집계, 8년 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995년 3월 92.3% 이후 최고치로 월드컵 축구대회 이후 교통법규 준수의식이 약해지면서 사고가 늘고 있는 데다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가 컸기 때문으로 보험업계는 분석했다. 손해율 86.5%는 100원의 보험료를 받아 86.5원을 보험금으로 지출한다는의미로 업계에서는 통상 72원정도가 지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보험료를 받고 있다.
회사별 손해율을 보면 태풍 매미의 피해가 컸던 영남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동양화재가 92.2%로 가장 높았고 동부화재 88.5%, 제일화재 87.9%, 그린화재 86.4%, 신동아화재 85.9%로 나타났다.
또 대한화재 85.3%, 쌍용화재 82.3%, 삼성화재 82.1%, 현대해상 81.1%, LG화재80.7%, 교보자보 77.8%로 집계됐다.
9월 손해율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이번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손해율도 76.5%로 지난 회계연도 상반기의 65.6%에 비해 10.9%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