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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2003…테헤란로의 봄과 겨울

김미선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10-01 20:49

[기자수첩]

2000년 초, 테헤란밸리는 활기에 넘쳐있었다. 테헤란로를 따라 솟아있는 빌딩속에서는 IT붐을 타고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개발하고 사고 파는데 여념이 없었다.

신참 기자였던 필자 역시 이런 트렌드를 취재하기 위해 신나게 테헤란밸리를 돌아다녔다.

2호선 삼성역에 내려 강남역까지 테헤란로를 따라 쭉 내려가면서 어떤 빌딩에 들어가도 3~4년후의 기술한국과 장밋빛 미래를 자신하는 IT맨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로부터 3년후...대형 IT업체에서 외국계 제조업체로 옮겨간 취재원의 전언에 의하면 이제 테헤란밸리의 많은 빌딩 소유주들이 중소형 IT업체에게는 사무실을 임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려워질대로 어려워진 중소형 IT업체들이 월세를 못내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불황에 강한 대형 외국계 IT업체 직원들도 슬슬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본사에서는 매출액이 줄어든다며 압박이 가해진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얼마 안가 한국 지사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겠지만 옮겨갈 곳도 마땅치 않다.

한 외국계 IT업체 직원은 “3개월전까진 1주일에 2번 정도 헤드헌터의 전화를 받았는데 이젠 그것조차 매우 뜸해졌다”며 “어쩌다 이런 험하고 힘든 바닥에 들어와서 고생을 하는지...”라고 혼자 한탄했다.

IT업계는 2~3년전까지 분명 험하고 힘들기만 한 바닥이 아니었다. ‘기회와 약속의 땅’ 같은 곳이었다. 기술과 실력만 있으면 공정하게 경쟁해서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살아있는 분야였다.

불황이 장기화되고 IT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 ‘기회와 약속의 땅’은 로비와 덤핑 판매로 얼룩지고 어느곳보다 척박한 곳이 돼버렸다.

시장원리에 의하면 이런 과정에서 살아남는 기업이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

이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을 때 되도록 많은 기업이 다시 ‘기회와 약속의 땅’으로 되돌아 왔으면 한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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