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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기관간 갈등 해결 ‘첩첩산중’

신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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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08-13 19:49

기관간 의견 조율 안돼…정통부 중재안 실패

공인인증시장에서 금융결제원과 전문인증기관(한국정보인증·한국전자인증)간의 갈등이 좀처럼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3일 관련기관과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공인인증 시장 환경을 유효 경쟁체제로 만들기 위해 관련기관, 학계, 정통부, 정보보호진흥원이 참여하는 제도개선반을 운영, 전자서명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지만 기관간의 조율 문제와 법개정 절차 등으로 연내에는 시행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당초 오는 10월 1일로 예정돼 있는 수수료 부과 문제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 공인인증시장 상황 = 현재 공인인증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인증기관은 금결원을 비롯, 한국증권전산, 한국전산원, 한국무역정보통신, 한국전자정보, 한국정보인증, 한국전자인증 등 6개 기관이다.

지난 7월 현재 공인인증 시장은 인증서 발급기준으로 금결원이 66.7%, 증권전산이 20.8%, 전산원이 7.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금결원이 인터넷뱅킹용, 증권전산이 사이버트래이딩용, 전산원이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의 인증서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인증기관인 한국정보인증은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에 금결원과 증권전산을 불공정거래로 제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지난 6월 금결원과 증권전산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또 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금결원 공인인증 사업부분 별도 법인 설립 요구와 관련해서는 전자서명법에 의해 공인인증 기관 지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정통부 소관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 전문인증기관과 금결원의 주장 = 전문인증기관은 비영리 기관으로 설립된 금결원이 영리 목적으로 100억원대에 달하는 인터넷뱅킹용 인증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또 10월부터 실시 예정인 인증 수수료와 관련, 금결원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들고나와 인증기관과의 협약을 깨고 있어 시장 질서를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인증기관 관계자는 “금결원이 계속해서 시장 독점을 한다면 시장 자체가 의미가 없다”며 “다른 인증기관들은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개발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결원은 정부가 공인인증기관으로 인정을 해 주고 나서 이제 와서 인증 서비스를 못하게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또 개인일 경우 2000∼3000원 정도로 수수료를 산정 한 것은 회계법인을 통해 원가분석을 거친 것이라고 밝혔다.

인증사업부분 별도 법인 설립과 관련해 금결원 관계자는 “금결원이 별도 법인으로 분리돼 영업력을 활용하게 될 경우 시장 독점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문인증기관에 경고했다.



■ 정부의 제도 개선 준비 상황 = 정통부는 공인인증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정보보호진흥원 주축으로, 학계, 인증기관과 함께 제도개선반을 만들었다.

제도개선반은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준비하면서 공인인증시장의 유효경쟁체제를 만들기 위해 △인증기관간 역할 분담 △시장 지배적 인증기관의 고유 영역 한정 및 신규진입 제한 △비영리 인증기관의 인증 사업체 분리 등을 검토, 중재안을 만들었다.

또 인증 수수료와 관련해서도 각 기관과 학계 의견을 수렴해 산정, 중재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도개선반에서 결정된 사항은 단 하나도 없다.

이는 제도개선반에서 내 놓은 모든 안들이 각 인증기관간 조율이 되지 못해 결정이 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는 현재 이원화된 전자서명법과 전자정부법상의 공인인증체계에 관해 일관성을 갖도록 하는 방안도 준비중에 있다.

제도개선반에 참여했던 정보보호진흥원 관계자는 “이제는 제도개선반에서 나 올 수 있는 중재안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점은 지난 듯 싶다”며 “정통부의 역할만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정통부 관계자는 “비영리기관에 비대칭 규제를 가하는 것은 일부 공인인증기관의 편익만 고려한다는 비판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 향후 전망 = 정통부를 제외한 모든 관계자들은 정통부가 최종 결정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이 문제가 달려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정통부가 금결원의 손을 들어주느냐, 아니면 전문인증기관의 손을 들어주느냐 하는 문제이다.

정통부는 이르면 이 달 안으로 제도 개선안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방향의 제도 개선안이 나온다 하더라도 인증 수수료안을 제외한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시행되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린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입법일 경우 안이 확정되면 당사자간의 의견 조율 기간을 거치게 된다. 그 후 3주간의 입법예고 기간과 정부 부처간의 의견조율, 법률 규제심사,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상정된다. 국회에서 의결돼야 이 개정안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당사자간의 의견조율이 원만히 해결된다 하더라도 국회 의결까지는 최소 4∼5개월이 걸린다. 결국 연내에 이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의원 입법이 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인 이종걸(민주당) 의원이 정통부와 협의를 거쳐 이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통부와의 협의가 계속 지연되고 있어 언제 국회에 상정될 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관련 전문가들은 “빠른 시일내에 정통부가 결정을 내려 각 기관간의 조율에 나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공인인증서 1천만 시대를 외치면서 오히려 이용자에게 불편만을 가져다 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권 기자 hksh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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