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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체 숨은그림 찾기-순수문학을 지키는 IT업체

김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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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07-09 20:02

한국컴퓨터, 94년부터 ‘한국문학’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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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발달하고 젊은 세대들이 정체모를 축약식 표현에 익숙해 지면서 컴퓨터는 국어 발달을 저해시키는 ‘주범’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헌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컴퓨터와 관련된 사업을 주업종으로 하는 국내 한 IT업체가 폐간 직전의 순수문학지를 인수, 경영하면서 국문학의 한 기둥을 지키고 있다.

SI(시스템통합), 금융단말기 유지 보수, 인터넷사업을 하며 한네트, 한국트로닉스, 한컴테크 등 5개 계열사로 구성된 한국컴퓨터(지주회사 대표 홍정균)는 지난 94년부터 계간 ‘한국문학’을 발간하고 있다.

‘한국문학’은 지난 73년, 소설가 고 김동리 선생이 창간한 순수 종합 문예지다.

이 문예지는 시대 상황탓에 이념문학과 노동문학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 모든 파벌과 경향을 아울러 오직 ‘문학성’만을 기준으로 작품을 평가해 선정, 게재함으로써 문단내 반향을 일으켰다. 소설가 문순태, 김원우, 김성동, 시인 박해수, 손지섭, 하재봉 등이 ‘한국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이후 순수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식어가면서 ‘한국문학’은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게 됐다. 소설가 조정래씨가 발행인이던 시절, ‘한국문학’이 결국 폐간 위기에 처하자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던 한국컴퓨터의 홍상화 회장이 이를 인수하게 됐다.

홍 회장은 88년, 한국컴퓨터를 상장시키고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긴 후 어릴적 꿈이었던 문학인의 길을 가고 있었다. 홍 회장은 90년대 초 ‘거품시대’라는 소설을 일간지에 연재한 바 있는 소설가다. 지금도 작품을 쓰며 회사에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출근해 결재가 필요한 사안을 처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순수문학지가 그렇듯이 ‘한국문학’도 고정 독자층이 매우 얇아 한국컴퓨터의 지원없이는 경영이 불가능하다. 한국컴퓨터가 ‘한국문학’을 경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1년에 약 1억 5천만원 정도. 한국컴퓨터의 홍정균 사장은 “큰 돈 드는 일도 아니고 별로 생색낼 입장이 아니다”며 겸손해 했지만 한국컴퓨터의 지원덕에 전통있는 국내 순수문학지의 맥이 튼튼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컴퓨터는 ‘한국문학’을 매호 약 1500권씩 발행해 고객들에게 배포하고 있는데 보수적이고 바쁜 금융권 고객들의 반응이 의외로 열렬하다. 읽어보고 조언을 하는가 하면 빨리 보내달라고 재촉하는 고객들도 있다. 홍 사장은 그 중에서도 허노중 前 증권전산 사장을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으로 꼽았다.

“허 사장님도 원래 꿈이 소설가였다고 하시더군요. 바쁜 CEO분들이 문학지를 그렇게 꼼꼼히 보고 소감도 말해주시는 걸 보고 저도 놀랐습니다”

한국컴퓨터는 올 하반기부터 매호 2000권씩 이던 발행부수를 늘리고 4년전 그만뒀던 신인작품상도 부활시키는 등 ‘한국문학’을 좀더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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