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으로 중소기업들의 수익성이 극도로 나빠지면서 당장 급한 운전자금 확보를 위해 빚을 늘린게 중요한 이유다. 경기가 기지개를 켜며 투자를 위해 빚을 늘리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자금부족규모가 커지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중 기업부문의 자금조달규모가 34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2조원 증가하며 지난 99년 1분기의 40조7000억원이후 최대를 나타냈다. 반면 자금운용규모는 전분기 15조3000억원에서 14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기업부문의 자금부족규모도 20조원으로, 지난 1997년 1분기의 21조7000억원 이후 6년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저축기관을 비롯한 비은행 금융기관 차입금은 줄었지만, 은행권 차입이 전분기 12조7000억원에서 23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업어음 순상환이 줄고 주식 발행규모가 증가해 직접금융 조달도 늘어났다.
자금 운용에서는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MMF를 환매하고 기업어음도 처분함에 따라 유가증권 운용이 순처분으로 전환된 반면 이 자금이 은행으로 유입되면서 금융기관 예치금은 증가했다.
개인부문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 자금잉여로 전환된 이후 잉여상태를 유지했지만, 자금잉여규모는 전분기 8조3000억원에서 올 1분기 5조2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특히 자금운용은 10조7000억원에 그쳐, 지난 1998년 3분기의 8조9000억원 이후 가장 적었다.
한은 이종일 자금순환통계팀장은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억제라는 정책적 요인과 기업의 수익성 저하라는 실물부문의 영향이 이번 통계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부문은 지난 1998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9조9000억원 자금부족으로 전환됐다. 세입이 전년대비 17% 증가하면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줄었지만, 금융기관의 정부 융자금 상환으로 인해 자금운용규모도 줄어들었기 때문.
한편 1분기중 금융부문의 비금융부문에 대한 자금 공급규모는 29조6000억원으로, 전분기의 34조2000억원에 비해 급감해 금융부문의 자금중개기능이 크게 저하됐다.
또 1분기중 카드사 문제나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직접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금융거래 규모도 48조원에 그쳐 지난 2000년 4분기의 43조5000억원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