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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노 이용득 위원장님 혜존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06-07 21:50

홍세표 前 한미은행장·외환은행장

안녕하십니까. 이 위원장님.

오랜만입니다. 최근 들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불철주야 건투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듣고 보면서 심심한 경의를 표합니다. 얼마나 고생이 되십니까.

몇 년 전 노사협상을 하며 자주 만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노사 협상을 하며 이 위원장과 정도 많이 들었다는 생각은 저 혼자만의 마음인지 모르겠습니다.

6년 전 일이던가요. 은행회관에서 밤을 꼬박 새우면서 노사간에 대치하던 때라고 기억합니다. 협상은 결국 공권력투입으로 엉망이 되었지만 새벽 5시쯤 제가 협상장인 은행회관 지하 체력 단련장에서 한바탕 뛰며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고, 그래서 제발 한 시간만 자유시간을 달라고 부탁했을 때 가장 강경파로 소문난 이 위원장께서 만면에 웃음을 띠고 흔쾌히 저를 체력단련장으로 안내해 주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지금도 당시의 특별 배려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 이 위원장님과 다른 노조간부 두 분이 제가 러닝머신에서 뛰는 동안 계속 지켜봐 주었지요.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추억은 이만 접고 오늘은 부탁이 하나 있어 이렇게 이 위원장을 찾았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그리고 금융산업이 무척 어렵습니다. 경제성장률도 2분기 1%대로 내려가리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독일이나 일본 같은 장기 디플레이션도 걱정되고 있습니다. 내수, 수출 모두 어렵습니다. 최소한 4%의 성장을 달성해야 현재의 고용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보다 더 내려가면 실업자들이 양산될까 걱정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금융기관도 부실여신이 늘고 따라서 이익은 줄고 대외적으로는 신용도가 떨어지는 등 난관에 봉착할 개연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단기간에 이 같은 어려움이 개선될 전망도 별로 보이지 않아 금융기관의 올 한해 장사는 무척이나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 금융인들이 해내야 할 중대한 과제가 있습니다. 동북아 금융 허브를 만드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비록 북한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지만 지정학적으로 보나 우수한 인적자원으로 보나 인프라로 보나 금융 허브 구축이 반드시 어려운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국제금융인들의 모임인 SEOUL FINANCIAL FORUM(SFF)은 벌써 2년 전부터 이 계획을 만들어 현 정부의 지지를 이끌어 냈습니다. 최근에는 스탠더드 차타드 은행이 ‘금융 중심지로의 한국(KOREA AS A FINANCIAL HUB)’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연 바도 있습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현재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7년 동안 맴돌고 있는 국민소득 만 불 시대에서 벗어나 경제대국으로 웅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외국인들이 한결같이 문제시 하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 없이는 우리의 꿈은 애당초 어렵다는 충고 입니다.

우리나라보다 비교적 덜 경직되었다고 하는 독일의 예를 봅시다.

한때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칭송이 자자했던 이 나라가 경직적인 노조 때문에 ‘독일병’으로 일컬어지는 침체에 빠져 1% 미만의 경제성장이라는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에야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좌파시민당이 ‘아젠다 2010’이라는 경제개혁안을 채택해서 탈 노조, 친 기업으로 180도 돌아섰습니다. 오죽하면 그랬겠습니까?

반면에 독일과 인접해 있는 네덜란드에서는 이미 1982년에 노·사 대타협을 이루어 이른바 ‘네덜란드의 기적(A DUTCH MIRACLE)’을 이뤄 경제적 순항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런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리라 믿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IMF 이후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기업의욕을 상실하였으니 투자가 될 리 만무하지요. 외국자본 유치도 점차 어려워져가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탈 한국 현상이 일어나려 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이라고 이런 사정 하에서 잘 될 리가 없지요. 어려운 경제여건은 우리 금융기관에 대한 직격탄이 될 것입니다.

또 갈데없는 유휴자금이 몰리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날 경제위기가 닥칠 우려도 있습니다. 사실 우리 금융계를 바라보는 외국투자가들의 시각은 또 다시 금융위기가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우려들의 가장 큰 요인으로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꼽히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권의 임단협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만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노사는 물론 지켜보는 저도 마음이 조마조마 합니다.

이 위원장님, 어려운 현실과 앞으로 닥칠 더 큰 어려움을 감안하여 이번 노사협의를 원만하게 풀어주십시오. 제가 보기에는 사용자 측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는 여지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억지로 받아 내봤자 ‘제 닭 잡아먹기’ 격이지요. 이렇게 어려울 때 서로 협조해서 파국으로 치닫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파이를 키워서 함께 향유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매년 제기되는 경영참여문제도 결국은 노조 측의 자승자박이 아닌가 합니다. 경영을 사측에 일임하고 후일 결과를 가지고 따지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부디 금년은 금융노조가 앞장서서 노사 공존, 공생, 공영의 길을 택해 다른 산업노조에 모범을 보여주십시오.

몇 년 전 철야 노사협상 때 저에게 재충전할 기회를 주던 그 도량과 따뜻한 마음, 융통성을 가지고 이번 임금 협상을 원만히 타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그래서 노·사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주십시오.

후일을 기약하는 것은 전술적인 방법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도 앞으로 노·사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적 방법이기도 합니다.

조만간 한번 만나 마음을 열고 추억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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