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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지고 유로시대 오는가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05-28 22:43

박상기 국제금융센터 선임 연구위원

지난주 텍사스주 크로포드의 부시 목장에서는 부시 미대통령의 파격적인 환대 속에 미일 정상이 우정어린 모습을 전세계에 과시하며 북 핵 문제에 대한 정책 공조와 의견일치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 사이 실질적으로 전세계의 관심을 끈 것은 최근의 미 달러 약세에 대응하는 정책공조에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고이즈미 일 수상이 미 정부에 대해 ‘강한 달러 정책’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무위로 끝나고 만 것이다. 미국이 달러 약세 용인 정책으로 전환함에 따라 더 이상의 엔고가 진행된다면 일본의 해외 수요마저 위축, 경기의 후퇴를 가져올 뿐 아니라 실질 GDP 성장도 ‘제로’에 그친데다 경기의 바닥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호소하고자 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겉으로는 ‘강한 달러 선호’ 입장을 밝혔으나, 한편으로는 ‘시장이 평가할 문제’라고 지적, 고이즈미 수상이 원했던 엔 약세를 겨냥한 환율 정책에서의 미일 협조 연출 기도는 ‘헛 스윙’으로 끝났다.

미국의 이런 정책 기조는 이미 지난 주말 파리에서 있었던 G-8 재무장관회의에 앞서 스노 재무장관이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할 것이며 정치인들의 협의로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 표명에서 일찌감치 감지되었다. 6월 초로 예정된 ‘에비앙 써미트’에서 정상들 간에 환율 공조 체제를 구성, 유로권 및 일본의 경기회복에 실질적인 계기를 마련코자 했던 관계국 재무장관들의 열망에 ‘한잔의 냉수’를 끼얹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결국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 기조는 이라크전 종결 이 후에도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미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달러 약세는 수출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속마음이 깔려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오히려 미 정부는 일본에 대해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성장 구조의 개선을 통해 자력성장 기반을 구축할 것을 강조하는 한편 유로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사회복지 구조의 개혁과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해 전반적인 경제구조개혁을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액은 작년 1년간 5000억 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GDP 대비 비율은 5% 가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경상수지 적자의 핵심인 무역적자를 서비스수지 흑자로 보전해 왔던 구조가 최근 수년간 서비스 수지 흑자 폭이 축소되고 있으며, 이에 더해 투자수익까지 적자로 전락하여 가계에 비유하면 “빚을 내서 쓰고 나서 이어서 차입금 이자를 지불하기 위해 또 빚을 내야 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라크전 및 대 테러 전쟁 수행 및 의욕적인 감세정책 등으로 재정적자는 향후 상당 기간 심각한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외환시장 동향은 이라크 전쟁 일색으로 진행되어 오던 전개 양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재료를 찾고 있거나, 혹은 원래의 재료로 회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징적인 점은 이라크전을 전후한 대체 투자수단으로서의 유로화 강세가 종전 이후에도 미 경기의 혼미의 지속과 미국과 유로권의 금리 차가 이어짐으로써 대 미 달러 기준으로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국제 외환시장을 보는 장기적인 관전 포인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장기간에 걸쳐 기축통화로 군림해 온 미 달러의 지위가 변화하는 과정을 계속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동서냉전시대를 거치며 싫든 좋든 세계경제의 방향 설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런 국가의 통화인 달러가 언제나 강한 통화로서의 지위를 보인 것은 당연한 귀착일 수도 있다. ‘유사시에 달러 확보’란 시장의 달러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세계는 변화하여 이데올로기의 대립 양상은 사라지고 극소수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평화의 시대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는 유럽 각국이 하나로 통합되어 단일통화로 도입된 이후 초기의 정책적 운용의 어려움, 회원국들의 협조 불일치 등을 극복하고 시장의 신뢰를 꾸준히 높여 그동안 미 경제 쇠퇴를 배경으로 부상해 왔다.

이제 서서히 미 달러와 나란히 기축통화를 양분하려고 했던 유로권의 염원이 실현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번 이라크전 당시, 달러가 ‘유사시 통화’로 인식되어온 점에도 불구하고, 미 달러 매도 현상이 줄곧 이어져온 사실이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단독수위를 지켜온 미 달러화에 유로화가 어떻게 도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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