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는 20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달러가치는 하락할 것”이라며 “달러화를 팔고 있으며 유로 및 호주, 뉴질랜드 및 캐나다달러 등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존 스노우 재무장관이 강한달러 정책에 대해 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달러에 매도포지션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공개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존 스노우 장관은 지난 9일 4개 미국 방송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달러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달러약세가 수출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달러 환율의 움직임에 대해 “매우 완만하다”고 말해 달러가치 급락을 우려하는 시장의 정서와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스노우의 이같은 발언이 나오자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이 90년대 중반 이후의 강한 달러 정책을 포기하고 “건전한 달러” 또는 “약한 달러” 정책으로 선회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은 90년대 중반이후 달러가 강세를 지속함에 따라 장기 호황과 저인플레이션이라는 ‘신경제’를 누렸고 막대한 국제자본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경기침체와 주가하락 등으로 막대한 경상적자 및 재정적자를 안게 되고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치달을 움직임을 보이자 최근에는 달러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지 소로스는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정책변화는 “이웃국가들의 희생을 담보로 미국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으로 결국 “미국 경제를 살리지도 못하고 유럽경제의 성장만 방해하게 될 것”이라며 “실수”이며 “잘못된 시도”라고 비난했다. 또 존 스노우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고 힐난했다.
소로스의 인터뷰가 시작된 오후 12시 30분 이후 달러는 유로에 대해 약세를 보였으나 변동폭은 크지 않았다. 인터뷰 시작당시 유로/달러는 1.1693달러를 기록하고 있었고 마감가는 1.1705달러였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달러가 최근 경쟁통화들에 비해 크게 약세를 보였고 소로스가 외환투기를 그만둔 상태이기 때문에 영향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시티그룹프라이빗뱅킹의 외환거래팀장 두라지 타제는 “달러는 이미 매도되는 단계”라며 “소로스가 말하고 있는 내용은 외환 시장 거래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AIG트레이딩그룹의 외환전략가 앤드류 웨이스 역시 “소로스는 시장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을 정확히 얘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달러를 매도하기 적절한 시기이며 미국은 그러한 시각을 방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지 소로스는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이던 퀀텀펀드를 이끌며 엄청난 수익률을 올려 20세기의 마이더스, 현대의 연금술사 등 닉네임을 달고 다녔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자본주의 악마” “월스트리트의 검은 황제” 등으로 그를 부른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는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총리가 “수치를 모르는 부도덕한 자”라고 소로스를 비난하기도 했다.
소로스가 운용하던 퀀텀 펀드는 출범당시 운용자산이 4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1989년까지 20년동안 연평균 35%의 수익률을 올렸고 100%의 수익률도 2번이나 기록했다. 특히 1992년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과 맞서 영국 파운드화를 대규모로 매도해 자신은 100억달러를 벌었고 영국을 유럽의 환율조정기구(ERM)에서 탈퇴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환율조정기구 가입은 유로존 편입의 전제조건이다.
소로스는 현재 자신의 헤지펀드운용사인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의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나 투르크메니스탄에서의 봉사활동과 미국의 공교육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퀀텀펀드의 이름도 2000년 “퀀텀기부금펀드”로 개명하고 과거와는 달리 보수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