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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분리청구제, 어떻게 볼 것인가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05-18 18:27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올해 초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라는 차원에서 한 때 언론에 등장했던 계열 금융기관 분리청구제가 최근 수면 하에서 다시 조심스럽게 논의가 재개되는 분위기이다. 올해 초의 논의가 전후좌우의 맥락도 없이 불쑥 제기된 느낌이 강했던 데 비해 요즈음의 논의는 제법 나름대로의 논리체계를 정비해 가고 있는 듯하다.

계열 금융기관 분리청구제는 계열기업 분리청구제의 특수한 형태인데, 이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과점 규제와 관련하여 단일기업에 대한 분할명령제를 살펴 보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예를 생각해 보자. 어떤 산업에서 영업중인 기업 1과 기업 2가 합병을 통해 기업 3으로 새롭게 태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이 합병의 결과로 이 산업의 독과점 경향은 매우 강화되어 소비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자.

이 때 이에 대한 시정수단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 테면 새로운 기업 3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여 주목하다가, 만일 기업 3이 그 지위를 남용하여 여러 가지 독과점적 행동을 할 경우 개별 행위에 대해 그 때 그 때 시정조치를 발동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이런 독점화의 폐해가 심각하게 우려될 경우 당초 기업 1과 기업 2의 합병 시점에서 당국이 개입하여 합병 자체를 불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법적 수단은 이미 각국의 공정거래법에 표준적인 규제장치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공정거래법 제3조의 2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 행위를 규제하고 있고, 같은 법 제7조에서 경쟁제한의 우려가 있는 기업결합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결합 행위와 관련하여 이미 과거에 기업결합이 진행되어 현재 시장에서 독점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어떤 규제를 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위의 예로 말하면 어떤 이유로 규제 당국이 기업 1과 기업 2의 합병과정을 규제하지 못하여 이미 새로운 기업 3이 형성되어 독점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 때 만일 이런 행위를 사전에 알았더라면 당국이 이런 불법적인 기업결합을 불허하였을 것이라는 논리를 확장하면 사후적으로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합병된 기업 3을 다시 쪼개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에서 발견되는 기업분할 명령제이다.

요즘 논의되고 있는 계열분리 청구제는 기업분할 명령제의 대상을 단일 기업이 아닌 동일한 지배관계하에 놓인 계열기업으로 확장한 것에 불과하다. 위의 예를 이용해 설명하면 기업 1과 기업 2가 서로 합병하는 대신 기업 1을 지배하는 대주주가 기업 2의 지배주주로부터 지분을 매입하여 결과적으로 기업 1과 기업 2을 동시에 지배하면서 해당산업에서 독점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기업 1과 기업 2는 비록 단일법인의 형태로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동일인에 의한 공동지배라는 보다 느슨한 형태로 결합되어 있지만 여전히 단일법인에 못지 않은 경쟁제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이 때 이 지배주주에게 두 개의 기업 중 한 기업에 대한 지배관계를 청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계열분리 청구제의 취지이다.

혹자는 이 제도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제도라고 하지만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주장이다.

왜냐하면 법관의 판례에 의해 새로운 제도가 탄생하는 영미법의 세계에서는 단지 이와 유사한 재판사건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제도가 판례로 드러나지 않은 것뿐이지, 이런 종류의 판결 그 자체가 위헌 등의 이유로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현행 공정거래법의 제7조와 제16조를 주의깊게 해석할 경우 계열분리 명령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물론 금융기관 계열분리 청구제는 이런 독과점적 규제장치와 그 맥락이 완전히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고 따라서 현실적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가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지 조금 더 지켜 보기로 하자.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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