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사태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부실 채권 처리 문제로 논란을 거듭하던중 드디어 해외 법인 최초로 SK글로벌 싱가포르법인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SK글로벌 채권단은 싱가포르 법인이 지난달 30일 법정관리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싱가포르 법인은 유바프은행이 청산절차를 진행중이어서 그대로 두면 이 날짜로 청산승인이 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일단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며 “다른 해외법인도 법정관리 신청이 들어온 경우가 있지만 해외채권단 운영위원회가 설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SK글로벌은 “회사와 채권단 공동의 이익을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싱가포르 법인 외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법인은 없고, 홍콩상하이은행이 런던지사에 대해 청산신청을 내긴 했지만 이후 관련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법인은 자본금 888억원으로 SK글로벌이 60.7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같은 SK사태의 전개를 보는 외국인의 눈이 날카롭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SK그룹의 회생노력이 향후 한국 기업의 개혁을 시험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신문은 서울발 기사를 통해 SK그룹 경영진은 지난 3월 구속 수감된 최태원닫기

이신문은 이어 SK그룹 계열사 소액 주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배치되는 회생작업 동참을 강요 받을 것이라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며 소액주주 중에는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우려는 무엇보다도 지난 2월 이후 한국 금융시장을 경색 국면으로 몰고 갔던 SK글로벌의 회계부정 사태 극복 과정에서 나온 SK그룹의 회생 계획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당초 SK 글로벌이 투자자와 채권단의 불만이 고조되자 애매모호한 5년 한시의 자구 계획을 서둘러 발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룹 차원의 ‘지원’쪽으로 정상화 계획을 선회하면서 채권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따라서 이르면 이달말께 채권단에 의해 운명이 좌우될 SK글로벌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느냐가 지난 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한국 정부가 약속해왔던 기업지배 관행 확립과 투명성 제고의 어려움을 판별하는 주요 지표가 될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대 기업정책을 간파하기 위해 은행권과 정부의 SK글로벌 스캔들 처리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과 채권단이 SK글로벌 사태를 엄정하게 처리할 수 있다면 이것은 기업 지배관행 문제가 한국에서 중요하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에 소재한 자산관리 회사의 한 관계자는 “SK글로벌 처리가 교차로에 있는 한국 경제의 진로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하면서 “SK글로벌 사태는 한국이 과거와 단절할 수 있느냐를 결정할 수 있는 시험대”라고 평가했다.
한편 SK㈜의 최대 주주로 떠오른 소버린 자산운용의 주인은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모나코에 살고 있는 리처드 챈들러와 크리스토퍼 챈들러 형제라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이머징 마켓 투자 전문가인 챈들러 형제는 러시아, 체코, 브라질 등지에서 저평가된 자산을 인수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버린은 지난 90년대에 러시아에서 천연가스 개발업체 가즈프롬, 전력회사 UES, 철강회사 NLMK를 인수할 때처럼 한국에서 SK를 인수하면서 한국 기업에서도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권리의 역할 모델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취약한 지배구조 때문에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챈들러 형제가 한국에 눈길을 돌렸으며 국민은행에도 3%까지 투자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분석가들은 SK에 1억5천만달러를 투자한 챈들러 형제의 결정에 대해 SK가 SK글로벌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부채 상환 의무가 더 있는지 여부에 대해 알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일종의 도박이라고 평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기획취재팀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