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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쇠형 감독기구를 바란다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03-19 20:37

김대식 교수(한양대 경영대학)

금융감독제도가 현 체제로 바뀐지 5년이 지났다. 당시 새로운 체제의 필요성은 우리의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과거 정책의 유산이었던 관치금융은 감독기능을 매개로 이루어지므로 관치금융의 차단을 위해서는 금융감독이 본연의 목적에만 충실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감독기구의 목적이 금융산업의 건전성유지와 금융소비자보호임을 천명하고, 목적수행의 필수적 요건인 중립성확보를 위해 위원회조직인 금감위를 재경부가 아닌 국무총리실 산하로 하는 동시에 감독효율성제고를 위해 분산되어 있었던 감독기구들을 통합한 지금의 감독체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운영상황을 보면 중립적 감독행정이 수행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많다. 금융감독기구가 금융기관의 건전성유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지만 그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준 경우가 많았다. 한 예로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을 해치는 것이 자명한 회사채신속인수제도를 금융기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위원장이 앞장서 끌고 나갔던 모습은 감독기구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그러한 역할은 전체경제와 정치적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는 재경부의 몫이어야 했다. 이 경우 바람직한 감독기구의 모습은 금융기관들을 보호하기 위해 재경부와 맞서는 것이어야 했다. 일사불란한 의사결정체제의 폐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책임을 지고 있는 감독기구가 재경부와 특정사안에 대해 이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조정 과정에서 최선의 정책적 조합을 찾아내는 체제가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감독기구가 실망스러운 행태를 보이는 것이 단순히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현 체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첫째로 지적되는 것이 감독기구의 조직형태다. 외부에서 보기는 통합감독기구이지만 공무원 조직인 금융감독위원회와 사무국, 민간조직인 금융감독원의 이원체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금융감독정책은 금감위가 감독검사업무는 금감원이 담당하고 있다. 특히 사무국은 설립초기에는 정부로 부터의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행정업무에 국한된 19명의 공무원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70명 정원으로 감독정책을 담당하는 방대한 조직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사무국 공무원과 재경부 공무원은 순환보직형태를 띄고 있어 건전성 위주의 정책보다는 정부의 정책지원적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중립적 기구를 지향했지만 실제적으로는 재경부의 외청형태로 움직인다는 비판은 이에 근거하고 있다. 현재 이 문제에 대해서는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하여 조직을 일원화 하고 한국은행의 형태와 유사하게 공적민간기구화 하는 금융감독원법이 논의 중이므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조만간 가시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직문제보다 더욱 중요하고 타파되어야 할 과제는 금융감독기구의 역할에 대한 보편적인 오해다. 금융감독의 목적은 금융산업의 건전성 확보와 이용자보호에 있고, 감독기구의 모든 조치는 이 기준에 의해 시행되어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하면서도 운영상에는 무시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지금의 현상이다. 새로운 관행을 정착시켜야 할 신 정부에서 조차 감독기구를 공정위와 더불어 경제개혁의 양 날개라는 표현을 쓰고, 금감위원장의 자격요건으로 충성심을 거론하는 것을 보고서는 실망이 크다. 금융산업이 독자적인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감독기구가 건전성과 이용자 보호에만 충실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감독기구를 과거와 같이 특정 목적을 위해 수단화 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감독기구는 감독업무에만 집중하게 하는 것이 중립적인 감독기구의 의미이고 신정부가 주장하는 분권과 자율 정신에도 부합된다. 감독 중립성이 보장되도록 금감위원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금감위원장이 감독이외의 사안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금감위원장의 자격요건은 충성심보다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감독업무에만 집중하는 돌쇠기질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고 새로운 금감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부임했다. 금융감독의 역할에 대한 오해가 많은 상황이지만 감독기구의 향후의 운영에 돌쇠형 기질이 살아나는 것을 기대해 본다.

김대식 교수(한양대 경영대학)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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