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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相生’의 조건

김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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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01-25 20:58

[김병규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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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거나 협조를 구할 때 흔히 상생(相生)이란 말을 사용한다. 지난 대선 때도 한나라당의 이회창(李會昌)후보가 이 말을 자주 썼고, 최근엔 노무현(盧武鉉)대통령 당선자도 인사차 한나라 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말을 인용하면서 여야가 상생의 정치를 펴자고 제의,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어떤 의미에선 이 단어만큼 동양의 사상과 철학을 포괄적이면서 깊이있게 함축한 말도 드물지 않을까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자는 일종의 공존공생(共存共生)의 제의이며 호소이다.



共存共生의 자세 필요



그런데 이 말이 때로는 지나치게 확대 해석되어 사용되거나 경우에 따라선 의미가 달리 전달되게끔 사용될 때가 있다. 상생이 성립되는 다섯 가지 전제 조건들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첫째, 동일한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협조하여 양쪽이 모두 그것을 이루어 내는 상성(相成)이다. 노자는 이 대목을 어려움과 쉬움을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즉 무슨 일이든지 어려움과 쉬움이 있게 마련이지만 서로가 합심 노력해서 이루어 내는 난이상성(難易相成)의 정신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서로가 다른 모습이지만 그것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상형(相形)의 철학이다. 긴 것과 짧은 것이 보라는 듯 서로 드러내고 있는 장단상형(長短相形)이 그것이다. 작다고 숨기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크고 길다고 뽐내지 않는다. 작거나 크거나, 많고 적음에 개의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서로가 이를 인정하면서 공존공생의 자세를 취한다.

셋째, 서로가 기대고 의지하는 상경(相傾)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낮은 쪽에 있는 존재를 무시하거나 경멸하지 않는다. 반목과 대립을 벗어나 조화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비록 높고 낮음의 구별이 있을지언정 이 같은 차별의 현실을 초월하고 극복하여 서로 의지하며 기운다(고하상경 高下相傾)는 것이다.

넷째, 상생은 서로 어울리는 것(상화相和)이어야 하며 다섯째, 상생이 성립되기 위해선 앞을 뒤가 따르듯이 서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계속적으로 원만하게 이어져 갈 때 상수(相隨)의 상생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음성은 홑소리와 닿소리가 서로 어울려 나오는 소리이다. 목청이 내는 소리가 음(音)이며 입 속에서 나오는 소리가 성(聲)이다. 이 두 가지가 잘 어울려야 소리다운 소리가 나온다는 뜻이다. 조화로움을 강조한 말이다. 또 모든 것엔 앞과 뒤가 있다. 어제 다음엔 오늘이 있게 마련이다. 따로 따로 존재하되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맞물리며 이어지고, 떨어져 있으면서 하나인 현상 즉 전후상수(前後相隨)가 됨을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兩極·兩邊을 제거 새로움으로 재탄생


정권교체기를 맞아 각분야에 걸쳐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가 상생의 자세로 임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결코 하나의 철학이나 이념만을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부터 우리는 중도와 중용의 미덕을 숭고하게 여겨왔다.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다시 말하자면 지나치지도 않고 미치지 못하지도 않는 것을 아름다움으로 꼽았다.

전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 새로운 의미의 중도를 음미해 봄이 어떨까. 주변의 극단들을 그대로 둔 채 위치 상으로만 어느 쪽에도 기울어지지 않는 소극적 의미의 중용이 아니다. 이 쪽과 저 쪽, 좌(左)와 우(右) 등 양극(兩極) 또는 극을 향하는 양변(兩邊)과 양단(兩端)을 제거하여 완전한 하나로 융합시키는 방식을 연구해 봄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이는 하나의 새로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필>



김병규 기자 bk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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