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기러기아빠의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신분공개를 기피하거나 주위 사람들 모르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유학에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찮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기러기아빠들은 살던 집을 줄여 이사하고 하숙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어서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꺼릴 수 밖에 없다.
두명의 초등학생 자녀를 캐나다에 유학 보냈다는 한 기러기아빠는 “비용문제보다는 혼자 사는데 큰 집이 소용없다는 생각에 집을 팔았다”며 “생활에 어려움은 있지만 최소한 영어만큼은 중학교 입학하기 이전에 숙달시키기 위해 유학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쯤 두명의 자녀를 유학 보낼 계획이라는 한 은행 차장은 “학비가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에 다니고 있을 때 유학을 보내 영어라도 확실히 배우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주위의 많은 동료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예 이민을 떠나기 위해 은행을 퇴직하는 기러기아빠도 늘고 있는 추세다. 교육 때문에 유학을 보낸 마당에 돈을 버느라 자녀 뒷바자리에 소홀할 수 있어 자녀와 동행한 부인의 대부분이 현지에서 직업을 갖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한편 기러기아빠와 유학 자녀의 증가는 가정 문제를 떠나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가장의 역할이 부인에 대한 남편과 자녀에 대한 아버지가 아닌 학비를 보내는 사람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의 가치관과 의식 혼란도 문제다. 철저한 자율을 보장받던 생활에 익숙해져 국내 학교에 복귀하더라도 적응하지 못해 다시 유학을 나가는 일이 태반이라는 분석이다.
자녀와 동반 출국한 부인의 지위도 문제다. 국내 유학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캐나다의 경우 부모의 동반 체류자격을 1년에서 6개월로 줄였다. 연장신청도 대부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학자격을 얻거나 취업을 해야 한다.
한 은행 유학센터 지점장은 “기러기아빠의 경우 처음에는 자녀의 유학에만 관심을 집중하지만 결국에는 어떻게 가정을 합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기러기아빠는 이민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나라 경우 미국보다는 캐나다와 호주 등을 선호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라며 “캐나다의 경우 2명의 자녀와 부인을 합해 연간 6000~ 8000만원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