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두 후보는 ‘IT강국으로 떠오를 한국’의 미래상과 ‘IT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진지하고 광범하게 밝혀 두 후보 모두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그 행사만을 비교한다면 노 후보 쪽이 더 많은 기대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법하다. 왜냐하면 IT에 관한 이론과 실제 활용방법, 향후 IT산업과 국가차원의 응용전망 등에 대해 폭넓은 지식과 확고한 소견을 갖고 있는 후보로 인식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IT인력 백만명 육성’ 어디로?
노 후보의 당선에는 다양한 계층에 있는 젊은이들의 지지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 행사에 참가한 많은 ‘IT 젊은이’들도 어떤 계층 못지 않게 열띤 지지를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내적으로는 향후 ‘10년간 1백만명의 IT 전문인력’을 육성 확충하면서 ‘1백개 분야에서 1백 명씩의 세계 최정상급 정예인력’을 집중 양성하겠다고 노 후보는 공언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국내산업에서 차지하는 정보통신산업의 비중을 차츰 높여가면서 역할도 새롭게 정립토록 하고, 국제적으로는 동북아를 주도할 ‘IT 허브기지’를 구축, 한국이 ‘동북아의 IT산업’을 선도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하여 ‘IT산업이 21세기 한국경제의 성장과 번영의 견인차’가 되도록 ‘세계 5위 권의 IT 산업기술국’을 이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정부부처를 ‘IT화하겠다’는 등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노 당선자가 그 날 행사에 참가한 모든 관계자들에게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 대목은 “청와대에 ‘IT 수석’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이었다. 그 말 한마디 속엔 IT업계뿐만이 아니라 IT관련 산·학· 연 등 여러 관련기관들이 안고 있는 고충과 과제의 해결책, 그리고 향후 대책 등이 모두 종합·함축되어 녹아 있는 말로 받아들여졌다. 또 정부 관계자들이 국내 IT산업의 발전을 위해 시정요청을 하고 싶지만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건의도 앞으로는 쉽게 받아들여지도록 하겠다는 뜻이 내포된 것으로 해석됐다. 이 청와대’ IT수석’ 신설공약은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돼 가는 최근까지도 IT관련 학계, 업계, 각급 연구소, 나아가 일부 정부 부처가 새 정부에 거는 기대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다.
IT산업 수출비중 높이도록
‘IT수석’ 신설공약이 무산되고 이에 대한 기대감마저 사라지면서 기업 등 IT관련 민간 쪽에선 물론 관(官)에서도 허탈해 하는 모습이 완연하다. 새 정부의 10대 국정과제 중에서도 IT관련사안은 찾아 볼 수 없다. 이런 가운데 IT계 종사자들의 사기를 더욱 저하시키는 것이 또 있다. 인수위 구성에서 IT를 전문으로 한 위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 또 하나는 ‘IT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고 해석, 마치 IT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평가절하 하는 듯한 말들이 권력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불투명한 경제불황을 타개해 가고 개혁의 기초를 다져나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는 ‘IT를 통한 방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GDP대비 15%인 IT산업의 비중을 더욱 높여야 하고 총수출의 30%에 불과한 수출비중도 높여 첨단산업 국가로, 나아가 지식산업의 정착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 각부처가 산만하게 시행하고 있는 IT관련 중복투자를 방지, 투자의 사전조정을 기하면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공계대학진학을 촉진시키고 ‘기술관료 경시풍조를 시정’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도 ‘IT수석’의 신설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는 지금 ‘제4차 IT혁명’이라고 불리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에 대비하여 IT관련 다양한 투자와 기술개발, 인재양성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선 이미 오래 전에 이의 연구개발에 착수, 제품의 생산단계에 와있다. 우리도 이 같은 새로운 국제조류에 대열을 함께 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지혜를 모으는데 국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주필>
김병규 기자 bk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