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고유자산에 대해 외부위탁을 허용함에 따라 내년도 투신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의 외부위탁 허용 방침은 그동안 금융회사와 계열운용사간의 이해상충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미 삼성생명, 삼성화재로부터 고유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고 있는 삼성투신의 경우 일반 공모펀드와 사모단독펀드간의 방화벽 구축 등을 통해 신탁재산과 고유재산간 별도로 운용을 하고 있는 상태다.
국민투신도 국민은행의 고유계정 일부를 운용하고 있어 향후 국민은행의 입장 표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자회사인 국민투신에 고유자산의 외부위탁운용을 집중하기보다는 운용사를 다변화 해 운용을 잘하는 회사에 외부위탁을 늘리겠다는 입장이어서 삼성투신과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삼성투신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고유재산 운용팀이 별도로 구성돼 있고 운용인력도 모회사의 인력들이 대부분 삼성투신으로 자리를 옮겨 투신 신탁재산 운용과는 별도로 운용하고 있다.
삼성투신의 한 펀드매니저는 “신탁과 고유재산은 시장전략, 정보, 분석 등 시장과 관련한 부분에 있어 정보 공유를 통해 의사결정의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신탁자산과 고유자산이 이동할수 있는 여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시행하고 있어 고유자산과 신탁자산간의 자전거래 등을 철저히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앞으로도 삼성화재의 경우 해외투자자산의 일부도 외부위탁 비중을 늘릴 것으로 보여 모회사의 고유자산의 외부위탁은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금융기관들이 투신사에 외부위탁을 하는 배경은 고유자산을 효과적으로 운용할수 있는 전문가의 필요성이 갈수록 증가하는데다 전문가 확보 비용도 만만치 않아 차라리 운용전문회사에 아웃소싱하는 것이 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삼성과 국민은행에 비해 외부위탁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던 교보생명의 향후 외부위탁 운용 방침에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교보생명은 자회사인 교보투신에 고유자산을 외부위탁하는 것보다는 고유자산만을 전담운용할 전문회사를 별도로 설립할 것을 검토하면서 아직까지 구체화되고 있는 작업은 없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적극적으로 나올 경우 교보투신도 대형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할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한화투신도 관심의 대상이다. 최근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하면서 대한생명 고유자산의 외부위탁도 이루어질 경우 소형투신사인 한화투신도 대형화의 기반을 이룰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신업계의 재편도 이들 모회사의 외부위탁 방침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은행계열투신사들인 국민과 신한B&P파리바투신, 하나알리안츠투신, 외환코메르쯔, 우리, 조흥투신등도 자산규모가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보여 업계의 새판짜기 주역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조흥은행과 서울은행간 합병이 구체화되면서 이들 은행의 자회사인 조흥투신과 신한B&P파리바투신간의 합병도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들 은행이 합병할 경우 조흥과 신한간 합병도 이루어진다면 단숨에 업계 5위권으로 진입할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신한B&P파리바투신이 향후 5년내에 업계 5위권을 목표로 한다는 방침을 밝힌 부분과 같은 맥락에서 보면 합병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조흥투신이 기존 대우채 하이닉스 등 부실관련 채권이 많아 합병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더구나 최근까지도 조흥은행이 조흥투신의 해외매각 작업을 추진한 것을 감안해보면 결국 국내든 국외든 매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투신업계에서는 굿모닝투신을 인수한 PCA투신이 대형화를 위해 조흥투신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조흥투신 매각설에 상당한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PCA투신은 아직 굿모닝투신을 인수한지 얼만 안된 시점에 다른 투신사를 합병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조흥투신 인수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그렇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PCA투신의 모회사인 영국푸르덴셜그룹이 미국프루덴셜그룹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미국프루덴셜그룹이 제일투자증권에 지분 참여를 하고 있고 현재 현대투신 매각에도 참여하고 있는 등 투신사 대형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굿모닝투신만을 인수한 것으로 만족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만일 PCA투신이 조흥투신을 인수한다면 신탁자산이 10조원에 달해 업계 상위권에 단숨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결국 PCA투신이 조흥투신 인수에 어떤 형식이든 참여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결국 내년 투신업계는 재벌계열투신사와 은행계열투신사들의 움직임에 따라 업계 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경 기자 ktit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