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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컬럼] 조흥은행 매각을 보는 시각

김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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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12-01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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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 매각이 내년으로 넘어갈 모양이다. 정부는 당초 연내에 조흥은행 주식을 처분키로 했으나 대선 등을 고려, 시행시기를 다음 정권 출범이후로 연기한 듯하다.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 정치권에선 대선 이후로 연기키로 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고, 매각을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할 공적자금 관리위원회 매각소위 회의가 두 번씩이나 연기돼 항간의 연기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인수예정자로 알려진 서버러스 컨소시엄과 신한지주 컨소시엄도 공식적으로는 전혀 변경된 것이 없다는 듯 느긋해 하는 표정이다.

그럼에도 조흥은행 노조는 오는 11일 총파업을 예정대로 단행해 매각반대의사를 재확인 표명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은행 집행부는 매각 설로 인해 은행전체가 흔들림으로써 내년도 경영계획을 수립조차 못해 내년 경영에 차질이 우려된다면서 크게 걱정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선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벌이려다가 정부만 우습게 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IMF의 정부 ‘옹호’는 지나친 행동



그러나 냉정히 보면 이번 조흥은행 매각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 속엔 숙고케 하는 몇 가지 장면이 담겨져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이번 일로 인해 국민들이 갖고있는 IMF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많이 손상됐다는 점이다. 경제개발 초기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국민들은 5년 전 외환위기 때 IMF가 어려움에 처한 우리 경제를 위기에서 구출해 주었음을 감사해 하고 있다. 그렇게 지고한 국제기구로 인식돼온 IMF의 서울 사무소장이 얼마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IMF는 한국정부의 조흥은행 지분 매각을 강력히 지지한다”면서 “지금 팔지 않으면 더 이상 좋은 조건으로 매각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한국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국제기구의 종사자답지 않게 그는 한 나라의 (주식)시장에까지 개입하는 듯한 언행을 마구 해댄 것이다. 일부에선 국민의 자존심 문제로 비쳐졌을 것이다. 더구나 최근 미군 장갑차 사건까지 겹쳐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대중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을까 해석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IMF를 ‘졸업’했으며, 지금도 정책협의는 계속하고 있지만 구속력이 없는 일종의 관행적인 회의인데 여러 정책 중에서 크게 중요하지도 않은 특정 사안에 대해 정부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나선 것은 의심을 받을 만하다. 우리 나라에선 아직까지 그런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번과 같은 행태를 조속히 바로 잡지 않으면 중남미 국가들에서 발생했던 사태가 안 일어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 20여년전 중남미에선 매사에 조건을 붙이며 간섭하는 IMF를 가리켜 ‘금융보안관, 국제금융경찰’이라고 부르면서 이들을 ‘타도’하자는 구호와 함께 반(反)IMF 폭동이 발생, 세계를 긴장시킨 바 있다. 이와 같은 험악한 사태가 우리 나라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셋째, 중요한 점은 IMF사태 이후 합병 등을 피해 온 은행인 조흥은행도 결국은 소멸된 은행들과 별로 다른 것이 없는 은행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라는 점이 이번 일로 드러나고 말았다. 노조 측이 자진 반납함으로써 일단락 되긴 했지만, 조흥은행 노조가 자본관리실에 진입해 100대 기업의 대출자료 원본을 빼낸 것은 잘못이다. 많은 시중은행들이 합병의 고뇌에 놓여 있을 때 조흥은행은 노조의 표현처럼 그래도 ‘105년의 민족은행’이라는 자부심을 공유하면서 그들의 소신을 지지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하여 외국자본에 헐값으로 팔리는 것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약속(본점 외벽의 플랭카드)을 믿었다. 그들에겐 합병으로 없어진 은행들과는 달리 무엇인가 다른 점이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나마 신뢰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뒤늦게 대출서류 불법탈취라는 불미스런 작태가 벌어졌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합병, 새로운 생물체 탄생을 의미



조흥은행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조흥은행 직원들은 모두가 도덕적 의무감이 충만하여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고결한 품위와 격조 높은 자세를 지켜 나가길 기대했고 또 믿은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잣대도 ‘민족은행’인 조흥은행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유형·무형의 규범들 앞에선 하찮은 기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자부심을 공유해 왔다. 또 합병 붐이 일어날 때 조흥은행은 비록 합병은 않하지만 합병한 은행 못지 않게 지난날의 모든 관습적 금융악폐를 버리고 새로운 생물체로 태어나길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일에 대해선 정부도 매각시기를 잘못 선택했다는 지적도 많다. 대선을 앞두고 가뜩이나 오해와 잡음이 성행하는 이 시점을 택해 매각하려고 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모두가 흥분한 마음을 접고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의 조세부담을 줄이면서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인가를 깊이 연구하면서 현명하게 대처하길 기대한다. 유서깊은 은행마저 별로 개선되지 않은 금융풍토를 국민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를 숙고하기 바란다. 공적자금 등으로 엄청난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국민의 입장도 고려하는 것은 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공인(公人)들의 의무이다.

<주필>



김병규 기자 bk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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