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8월 방카슈랑스 제도가 도입된다. 은행업과 보험업을 함께하는 방카슈랑스가 국내 금융시장의 판도 변화는 물론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클 전망이다.
예정대로라면 은행도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겸업화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 보험사들과 제휴선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험사들도 탄탄한 신판매 채널을 구축하고 경쟁력있는 방카슈랑스용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은행과 보험의 일련의 움직임은 한국 금융시장이 급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은행과 보험사간 짝짓기 활동이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 추진 배경
지금까지 국내 금융시장은 사업영역의 구분이 명확하고 이에 대한 정부나 금융당국의 규제 또한 매우 엄격한 것이 사실이었다.
따라서 은행과 보험사간 제휴논의는 한국 금융시장에 획기적인 사건임이 틀림없고 그만큼 국내 금융시장이 변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 금융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고서는 세계 금융시장의 경쟁에서 살아 남지 못할 거라는 위기감의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방카슈랑스는 어떻게 이뤄져야 성공 할까.
먼저 국내 금융시장 내에서 방카슈랑스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은행과 보험사 등 지금까지 엄격하게 자기 영역을 수성해 온 금융기관들이 방카슈랑스 도입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들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국내 금융기관들은 시작부터 기관별 엄격한 분리를 통해 독자적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므로 은행이나 보험사간의 조직문화나 사업에 대한 마인드는 판이하게 다르다.
보험사의 경우 모집인에 대한 영업 의존도가 높고 능력에 따른 성과보상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은행의 경우 연공서열을 중시하고 영업에 있어서도 아웃 바운드(out-bound)형식 보다 지점 안에서 고객업무를 하는 인바운드 (in-bound)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상이한 두 금융기관의 조직이나 문화적 차이점을 어떻게 융합시키느냐가 선행돼야 할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방카슈랑스에 대한 명확한 정책방향을 발표해야 한다. 지난 7일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올해 안에 반드시 방카슈랑스 시행방안에 대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방카슈랑스의 도입형태, 허용 금융사, 허용상품의 범위 및 도입시기, 금융회사 보험대리점의 등록요건 및 영업범위 등 주요 쟁점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올해안에 내놓을지는 불확실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은행이나 보험사들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논의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 방안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감독당국은 사업 시행 초기의 파장과 위험도를 감소시키기 위해 국내 금융시장의 환경을 고려, 보험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마련돼야 한다.
최소한의 규제를 두고 자율적인 경쟁 하에서 국내 금융시장이 자생하는 금융환경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초기 관리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짝짓기 현황
방카슈랑스 도입형태는 판매제휴방식과 자회사 방식 등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고 있다.
주로 국내 보험사들은 판매제휴방식으로 그 가닥을 잡고 있다. 이는 외국계 보험사들과 은행들이 조인트 벤처 형식으로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더 이상 배타적 제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짝짓기가 구체화된 곳은 신한금융지주-BNP파리바, 국민은행-ING, 하나은행-알리안츠, 우리금융지주-AIG 등 4곳이다.
이 4개 금융사는 빠르면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 초에는 방카슈랑스 전문보험사를 설립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외국계 보험사들과 국내 시중 은행간 짝짓기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은행들이 외국계 보험사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외국계 보험사를 방카슈랑스 파트너로 선정할 경우 안정적인 자금조달 및 운용은 물론 선진금융기법을 습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앞서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국계 보험사들도 방카슈랑스 도입이 판매 조직 열세를 만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시중 은행과 배타적 제휴를 통한 합작사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사전 준비
은행과 보험사 모두 방카슈랑스 사업을 위해 전문인력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은행들은 행원들을 대상으로 보험대리점 자격증을 따도록 독려하고 있다. 방카슈랑스 시대에는 보험대리점 자격증이 은행원들의 필수 구비요건이 될 것이라는 은행들의 인식 때문. 이미 시중은행 행원중 생·손보 대리점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우리은행의 1200여명 등 수 천명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방카슈랑스 상품개발 전문가는 은행업무와 보험상품 내용을 모두 파악해야 하고 영업경험도 풍부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든 상태.
따라서 방카슈랑스 시기가 다가올수록 전문가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은행과 보험사간의 치열한 스카우트전은 물론 이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은행과 배타적 제휴를 맺은 외국계 보험사들의 경우 지분 출자 및 경영에 대한 공동 책임 분담 등 구체적인 사업 추진을 진행시키고 있다. 알리안츠는 하나은행에 프랑스생명 지분 50%를 매각하고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방카슈랑스 전문 합작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ING도 최근 배타적 제휴와 관련된 김정태닫기

ING는 은행 채널 및 고객기반 활용, 경영에 대한 공동 책임 분담, 국민은행에 대한 지분 출자 등 배타적 제휴를 위한 구체적 사항들에 대해 국민은행측과 이견절충 작업을 벌이고 있다.
AIG도 우리금융과 제휴를 체결하고 기존 판매망을 정비하는 것은 물론 대대적인 확충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보험사들은 배타적 제휴보다는 판매제휴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판매제휴의 경우 지분소유 관계가 없으므로 하나의 보험사가 여러 은행들과 제휴를 체결, 우수한 보험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우리은행 등 대부분 시중은행들과 판매제휴를 위해 접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도 지난 6일 상호저축은행중앙회와 포괄적 업무제휴를 맺었다. 이외에 대한, SK, 신한, 흥국, 금호생명 등도 시중은행 및 지방 은행들과 교육 및 업무제휴를 체결했거나 제휴를 위한 접촉 중에 있다.
국내 생보사들은 전문화 프로그램을 실시하거나 위탁교육, 사이버 교육을 실시하고 방카슈랑스 TFT팀을 통한 영업 추진방향과 단계별 대처방안, 기타 사업 시너지 효과까지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 전망
‘살아 남으려면 합쳐라’ 라는 말이 있듯이 은행과 보험사간 조인트 벤처 설립을 통한 방카슈랑스 전문보험사 설립이나 판매 및 포괄적 업무제휴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금까지 미진하게 진행돼왔던 금융구조조정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들의 경우 방카슈랑스 시행 이전까지 은행, 보험, 증권, 투신, 경제연구소 등을 축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는 계획이며 보험사들도 조직개편과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은행과 배타적 제휴에 성공한 외국 생보사들의 경우 점진적인 국내 보험시장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그러나 방카슈랑스 사업이 외국계 보험사들의 주도하에 이뤄질 경우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이 외국 자본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방카슈랑스 판매채널이 부족한 국내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우 그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물론 큰 타격으로 인한 부실화 우려도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지적이다. 방카슈랑스가 시행되면 향후 5년후쯤에는 국내 보험상품중 3분의 1정도가 은행 창구를 통해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서는 방카슈랑스가 정착되는 시점인 5년에서 10년 사이가 되면 약 3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방카슈랑스 제도 도입은 실질적으로 금융시장의 구조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은행-보험사간 겸업화 현황과 과제에서 촉매제 역할을 할 만한 정부의 시책이나 보험사와 은행간의 기업문화적 마찰, 국내 금융시장의 미숙함이 방카슈랑스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국내 금융산업은 향후 5년안에 국제경쟁력을 갖춘 4~6개 종합금융사와 5~8개 특화 금융기관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8개국의 방카슈랑스 현황 비교>
(자료 : 한국금융연구원)
문승관 기자 sk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