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성공여부는 투자기업의 실사에 달려있다.”
이정회계법인 임호천<사진>대표가 신념처럼 여기며 늘 강조하는 말이다. 그가 유별나게 투자전 실사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일신창업투자에서 심사역으로 일했던 경험때문이다.
임 대표는 91년부터 4년간 일신창투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하는 동안 벤처투자시 투자결정 전 해당기업에 대한 실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묻지마 투자’가 봇물을 이루던 시기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이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굳혔다.
물론 그 당시는 심사가 부실한 기업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쪽에서 대박이 터지면 손실액을 보전하고도 남아돌았다. 하지만 지금은 벤처의 거품이 꺼지고 온갖 비리로 얼룩지면서 벤처캐피탈사들도 투자입구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시기다.
임 대표 역시 “요즘에는 투자벤처기업에 대한 사전실사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왜곡된 투자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투자전 실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벤처캐피탈의 역사가 일천하다보니 자질과 풍부한 경험을 가진 투자심사역 양성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투자를 받는 벤처기업 역시 실사를 거부하기 일쑤였다고 회상했다.
임 대표는 올바른 투자문화를 정착시키고 애꿎은 투자자의 돈을 허망히 날려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투자자, 벤처기업 모두 각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사를 한 벤처기업중 70~ 80%가 가장납입 등 불투명한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며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회사자금을 유용하거나 빼돌리는 행태를 끝까지 찾아 밝혀내다보니 어느새 하나둘 투자전 실사를 맡기는 업체들이 늘어갔다”고 임대표는 말했다.
임 대표는 투자 전 실사가 투자자와 벤처기업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라고 주장한다. 투자자들은 투자대상기업의 옥석을 가려 투자실패율을 줄일 수 있고 투자를 받아야 하는 기업은 모르고 내린 잘못된 의사결정을 바로 잡아 큰 실패를 막을 수 있다는 것.
특히 그가 회계사로서 투자전 실사에 발벗고 나서는 것은 자칫 껄끄러워질 수 있는 투자자와 벤처기업간의 중재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잘못된 기업관행을 바로잡아 기업투명성을 높이는데 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소명의식도 한몫하고 있다.
임지숙 기자 a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