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의 지분 매각 과정에서 정부가 스스로 강조했던 금융 구조조정 정책의 일관성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조흥은행의 경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독자생존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지만 이번 매각 작업에는 조흥은행의 경영진이 철저하게 배제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조흥은행의 주가가 최저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50%가 넘는 지분을 일시에 넘기려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했던 시장의 극심한 혼란 방지, 최대한의 공자금 회수라는 목적에도 어긋난다는 중론이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은행의 지분 매각과 관련, 정부가 ‘失機’했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이 금융계 곳곳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조흥은행은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정책적 판단을 내렸고 이에 따라 조흥은행은 3년여에 걸쳐 자구방안을 모색했는데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그동안의 작업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물론 조흥은행의 단계별 지분 매각은 예정된 수순이고 최적의 투자자를 통해 제값을 받고 지분을 매각한다면 더할나위 없는 민영화방안이라는 것은 상식.
문제는 매각의 시기와 매각되는 지분이 일시에 집중돼 조흥은행은 물론 정부의 입장에서도 득될 게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정부는 매각 과정에서 조흥은행의 경영진을 철저하게 배제시킴으로써 공자금 투입은행에 대한 경영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기존의 노선을 스스로 위배했다. 정부는 공자금 투입은행의 인사와 급여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지만 기타 경영의 자율성만은 철저하게 유지했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지분의 50%를 일시에 매각, 조흥은행의 경영권까지 투자자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조흥은행의 의사 내지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한편 정부가 공자금 투입은행의 지분 매각 과정에서 가장 역점을 두었던 공자금 회수율도 크게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흥은행에 투입된 3조2799억원 안팎의 공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주가가 6030원이 돼야 하나 30일 주가 4845원에 그치고 있다. 한때 7000원을 넘었던 주가를 배제하더라도 현재 최저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당초 계획보다 30% 확대된 규모로 지분을 넘기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IMF 이후 42%에 달하는 직원이 은행을 떠나고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독자생존을 위해 기울였던 전략이 일순간에 허사가 되면서 계량화할 수 없는 비용낭비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카드 부문의 매각이 사실상 무산됐고 겸업화를 대비해 추진했던 방카슈랑스 자회사 설립도 불투명해 독자생존의 기반이 일시에 허물어졌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