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금감위, 재경부 등 금융당국과의 업무협조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
이로 인해 ‘해야 할 일’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에만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권을 강화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금융계는 물론 금융당국도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금감위는 금융기관에 부담만 준다는 이유를 들어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인원 사장이 취임 이후 공언했던 보험료율차등제도의 연내 도입이 불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보의 역할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재경부가 금융기관의 특별보험금 부담을 감안할 때 제도를 연내에 도입하는 것은 힘들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예보가 공사 본연의 설립 취지를 잃어가고 있다. 부보기관에 대한 보험사로서의 역할 수행이 제한을 받고 있으며 감독기구에 해당하는 검사권을 요구하면서 금융권의 지적을 받고 있다.
예보가 강력하게 도입을 주장했던 보험료율차등제도의 연내 실시가 사실상 무산됐다. 재경부는 차등보험료율제도가 도입될 경우 공적자금 상환 관련 특별보험료가 부과된 금융기관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보는 설립 초기부터 부보기관에 대한 보험관리 기능의 강화를 줄곧 주장해 왔다. 그리고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험료율차등제도의 도입을 희망해 왔다.
한편 예보는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기능의 확대를 요구하면서 공사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보는 부실 금융기관은 물론 일반 금융기관에 대한 자료제출요구권과 제출된 자료의 진위 여부를 현장에서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법으로 보장해 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감독권을 금감위로 일원화시킨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계 일각에서는 새로운 금융환경에 부합하는 예보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예보의 경우 IMF 이후 공자금 집행과 이에 대한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역할과 조직이 확대됐다.
하지만 금융권이 분명한 안정세를 되찾은 만큼 공사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권의 구조조정과 개혁에 대한 목소리만 있었지만 이제는 금융당국, 특히 예보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예보는 금융기관에 대한 보험사로서의 제기능을 서둘러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