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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행 매각, 어떻게 볼 것인가?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08-21 20:36

최근 정부와 예금보험공사는 서울은행의 매각과 관련하여 하나은행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하였다. 이로써 지난 98년 이후 4년 동안 금융구조조정의 중요한 숙제중 하나로 지목되었던 서울은행의 처리문제는 일단 하나은행에의 매각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 하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은행의 매각이 윤곽을 잡아가고 있는 지금, 과연 이번 매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한 번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물론 아직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만큼 본격적인 평가를 시도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그래도 몇 가지 언급은 가능하다.

첫째, 서울은행이 과연 “매각되었는가”라는 점부터 생각해 보자. 적어도 표면적으로만 보면 그렇지 않다. 그동안 정부는 서울은행의 소유주였다. 그런데 이번 거래의 결과로 정부는 서울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된 새로운 법인의 30%를 소유한 새로운 최대주주로 변신하였다. 서울은행은 매각되었다기 보다는 하나은행에 합병된 것이고 정부는 더 몸집이 커진 합병은행의 실질적 소유주가 된 것이다.

둘째, 이번 거래를 “관치금융의 청산과 은행 민영화”의 증거로 볼 수 있는가에도 의문이 따른다. 정부는 일상적인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지만 합병 등 중요한 문제에는 주주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무의결권 주식을 받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신사협정을 지킬 것인지 말 것인지는 완전히 “정부 맘대로”일 뿐이다. 정부가 지배주주가 아닌 은행에 대해서도 관치금융의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이런 우려가 헛된 기우에 불과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셋째, 정부가 “주식지분을 영구히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매각”할 것이기 때문에 종국적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론에도 문제의 소지는 남아 있다. 여기서 논란의 핵심은 하나은행측이 제시한 “매각시 일정금액 보장” 문제이다. 어떤 법인이 대주주가 주식을 매각할 때 그 매각수입이 일정액에 미달할 때 회사돈으로 이것을 메워 주는 것은 “모든 주주는 평등”이라는 회사법의 대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다. 특히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여타의 소액주주를 희생한다는 것은 더더욱 수긍하기 어렵다.

매각금액 보장 조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문제가 있다. 이 조항에 의하면 정부는 지분의 시장가치가 보장금액을 하회할 정도로 주가가 낮을 때에는 보장금액을 받고, 주가가 이보다 상승하게 되면 시장가치를 받게 된다. 이것은 정확히 전환사채의 현금흐름과 동일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거래는 정부에 이런 전환사채를 교부하는 것에 더하여 의결권까지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채권자는 의결권을 포기하는 대신 확정된 금액을 선순위로 가져가고, 주주는 잔여적 청구권을 가지는 대신 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보유한다는 기초적 경제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합병의 결과로 “합병은행의 주식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큰 데 이것만 보더라도 이번 합병은 성공작이 아닌가”라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 보자. 과연 이번 합병이 합병은행의 주식가치를 상승시킬지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분석이 엇갈리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설사 주식가치의 상승이 명백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합병의 국민경제적 타당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합병은행의 가치는 여러 요인에 의해 상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규모의 경제나 범위의 경제같은 요인이 작용할 수도 있고, 시장지배력의 강화 같은 요인이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시장지배력의 강화는 그것이 비록 개별 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해도 국민경제 전체적인 차원에서는 전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은행산업의 경쟁촉진을 저해하고 대수의 법칙에 의존하는 예금보험제도의 안정성에도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은행의 처리는 금융구조조정의 중요한 시금석이다. 그것은 은행의 소유 및 지배구조, 대형화 및 겸업화 등 향후 은행산업의 청사진이나 예금보험제도의 안정성 등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예보의 관련자들은 단선적, 근시안적 목표에만 매달리지 말고 깊이 숙고하여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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