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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사고와 신용카드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06-09 17:54

요새 금융기관중 가장 집중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곳이 신용카드 회사이다. 빚독촉에 몰린 일부 연체자들이 자포자기에 빠져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신용카드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런 저런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방문판매의 제한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현재의 모습이 보여주듯이 정부의 정책은 미봉책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신용카드와 관련한 각종 사회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은 불법적인 채권추심행위에 있다. 신용카드 대금을 받아내는 ‘해결사’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돈을 받아내고 있다. 이들의 행위는 그것 자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연체자들을 불법, 탈법의 현장으로 내몬다는 점에서 파생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행위는 거의 모두가 현행법상 불법이고 따라서 공권력에 의한 처벌의 대상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논리의 함정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악성 채권추심 행위가 이미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추가적인 정책을 쓸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신용카드 회사는 대부분의 미수채권을 전문적인 채권추심업자에 매각하고 손을 털기 때문에, 설사 채권추심 과정에 직접적 규제를 추가한다고 해도 신용카드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는 의외로 엉뚱한 곳에 있다. 총기사고와 관련한 미국의 최근 법적용 경향이 그것이다.

어떤 사람이 자동소총을 가지고 고등학교에 들어가 학생들을 무차별 살상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행위는 불법이다.

그리고 살인자는 공권력에 의해 적절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 여기까지는 당연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전통적인 법이론에 의하면 살인자에게 적절한 제재를 가한 다음에는 그 누구에게도 추가적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은 이와 구별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총기제조회사나 총포상 등 관련자가 추가적으로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총포상은 총기 구입자가 총기를 호신용 등 정당한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범죄등 나쁜 목적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어느 정도까지는 가늠해 보아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 의무를 게을리하여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총기제조회사 역시 불의의 총기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부착하거나 상세한 사용안내서를 제공해야 하며, 총기의 판매와 관련해서도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총포상만을 상대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런 논리로 정부나 사고 피해자들이 총기제조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바 있고, 일부 총기회사는 소송취하를 조건으로 앞으로 이런 책임을 명시적으로 부담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인 바도 있다.

이제 이 논리를 신용카드 문제에 대입해 보자. 총기사고를 불법적인 채권추심행위로, 총기사용자를 해결사로, 총포상을 채권추심업자로, 그리고 총기제조회사를 신용카드 회사로 바꾸면 위의 논리는 거의 대부분 신용카드 문제의 해법으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신용카드 회사는 고객과 신용거래를 할 때 채권추심과 관련된 고객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고지해야 하고, 미수채권을 매각할 때에도 불법적 채권추심의 개연성이 있는 채권추심업자와는 거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만일 신용카드 회사가 이런 책임을 부담하도록 상황이 변하면 신용카드 회사들의 마구잡이식 카드발행과 무책임한 대출관행이 상당 부분 정리될 수 있다. 왜냐 하면 이제는 미수채권 추심의 경제적 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에 미수채권의 발생 가능성이 큰 마구잡이식 대출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방문판매 규제와 같이 신용카드 회사의 특정한 영업행태를 직접 규제하는 방식은 신용카드 회사간 규제강도의 형평성 논란 등 불필요한 마찰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도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신용카드 회사의 책임과 주의의무를 강화하는 정책이 신중한 신용거래을 정착시키는 정공법이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 성 인 교수 >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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