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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행정당국 하수인 노릇 더 이상 못한다”

전지선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06-06 20:53

금융거래정보제공 거부 은행장 고발 사건 관련

수익추구 공감, 공무집행은 공짜로…‘이율배반’ 극심



서울시가 지방세 체납자의 금융거래정보 제공을 거부한 은행장 및 지점장을 대거 형사고발한 사건과 관련, 언제까지 금융사가 행적당국의 공무집행을 위한 ‘하수인’ 노릇을 해야되는가에 대한 문제가 금융권 일각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 IMF위기 이후 정부가 천문학적 규모의 공자금을 금융사에 투입, 은행들의 철저한 수익 마인드 전환을 강요하는 마당에 서울시가 ‘자기 배만 불리겠다’며 공짜로 금융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 발상’이며 ‘이율배반’적 태도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서울시 역시 금융정보제공에 따른 수수료지불의 당위성에 공감하는 상황에서 재경부가 지난달 21일 금융실명제법 시행령 개정안의 ‘금융기관은 제3자에게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해당 고객에게 통보할 때 드는 비용을 정보요구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돌연 삭제, 은행과 서울시의 대립이 은행 대 정부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거래정보제공에 따른 비용 청구에 대해 서울시는 그동안 “수수료 지불의 근거가 되는 관련 법규가 없다”는 논리로 은행들의 요구를 일축해 왔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금융실명제법 시행령에 수수료 관련 조항을 삽입해 줄 것을 제안했지만 이번 재경부 조치로 완전 물거품이 됐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서울시가 지난해 4월(12만7717명)과 12월(8만7705명)에 걸쳐 대량의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한 데 따른 것. 지금까지 은행들은 법원,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등에 간헐적이며 제한적으로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해 왔지만 이번 경우처럼 대량은 처음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요구하는 비용은 등기우편 발송비용에 불과하다”며 “서울시는 지난 4월 은행들이 제공한 금융거래정보를 바탕으로 800억원의 지방세를 거두었으면 그 정도는 돌려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3월 12일 서울시가 보낸 공문을 예로 들며 “서울시도 금융정보 조사, 통보에 따른 실비 성격의 수수료가 필요하다는 은행의 견해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는데 국회나 국세청 및 지방단체들이 딴지를 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은행은 변하는데 서울시와 정부는 여전히 구태를 못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의 체납세액 추징을 위한 대량 금융거래정보 요구와 관련, 개인 금융정보 보호 문제가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시는 금융실명제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본점이 아닌 특정 은행 점포에 요구했지만 조회를 하다보면 자기 은행을 거래하고 있지 않은 고객에 대한 정보도 모두 공유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나 국세청은 특정인의 계좌를 이미 확보한 상태에서 정보를 요구하지만 서울시의 경우는 마구잡이식 계좌 뒤지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지선 기자 fnzz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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