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이 20~ 40%대 고금리 대출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씨티 신한 한미 등 시중은행들이 20~40%대 고금리 대출시장 진입을 서두르자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왔던 상호저축은행과 카드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상호저축은행은 고금리 대출시장 공략을 위해 인터넷대출 서비스를 추진했으나 제동이 걸린 상태고, 신용카드사들 역시 정부의 현금서비스 한도 축소로 20%대 현금서비스 수수료 시장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각 연구 기관들이 추산한 연 20~70조원에 이르는 소비자금융 시장에 시중은행들이 눈독을 들이면서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지금까지 고금리 대출시장은 대출 이자율이 최고 98~300%에 이르는 대금업체와 30~80%에 이르는 상호저축은행, 평균 22%대 현금서비스 수수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신용카드사등 비제도권과 제2금융권간 각축전 양상을 보였다.
그런데 씨티은행과 신한금융에 이어 한미은행이 하반기부터 대금업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며, 우리금융과 국민은행등이 20~ 40%대 고금리 대출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씨티은행은 ‘씨티파이낸셜’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했고, 신한금융도 ‘세텔렘’ 과 제휴를 맺고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여기에 한미은행은 자본금 200억원 규모의 대금업 자회사를 설립해 7월말부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대출시장은 은행대출이나 사채시장 이용이 애매한 ‘대출 사각지대’에 있는 고객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대출금리도 20~40%수준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씨티파이낸셜의 판매 상품은 연 30%대 이자에 만기 3년짜리 상품이 기본이다.
그는 또 “시중은행의 위험자산 보유에 따른 BIS비율 감소와 높은 리스크 부담에 따라 고금리 상품을 시중은행 창구에서 판매하기는 어렵다”며 “이에 따라 상품판매는 고금리 대출 자회사 산하에 수십여개 점포를 설치해 운영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중은행들의 고금리 대출시장 진출 선언이 잇따르자 제2금융권은 시장 수성을 위한 방안마련에 나서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규모는 지난해 267조원으로 매출의 65%를 차지하고 있으며, 카드사 수익의 대부분이 현금서비스 수수료다. 이런 와중에 정부의 신용카드 종합대책 발표로 1일 현금서비스 최고액수도 현재 50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로 크게 줄어들어 현금서비스 수수료율도 낮춰질 전망이다. 여기에 20%대 대출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시중은행의 대금업 진출이 잇따르고 있는 것.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시중은행이나 상호저축은행의 20~30%대 대출 시장이 겹치지만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급전 대출의 편리성에 있어 신용카드 서비스가 훨씬 뛰어나다”며 “서비스등을 차별화하면 시중은행의 대금업 진출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시중은행의 고금리 시장 진출이 신용카드사 카드론 시장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용카드사와 함께 영업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금융기관은 상호저축은행.
상호저축은행 관계자는 “2조5000억원에 이르는 소액신용대출시장이 2분기부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중은행들의 대금업 진출이 가시화됨에 따라 고금리 소액대출시장에서 우량고객 중심의 20~40%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들의 막대한 네트워크를 동원한 물량공세가 시작될 경우 상호저축은행들의 고전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대금업협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20~40%대 금리 대출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신용리스크가 큰 고객을 중점적으로 유치하며 고금리를 유지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테일 사업에 진출한지 얼마되지 않은 할부금융사 역시 시중은행들의 움직임에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창호 기자 ch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