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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와 물가 사이에서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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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03-31 20:40

봄이다.

황사 바람이 아무리 거칠어도 봄은 봄이다. 경기도 완연히 좋아졌다고 하니 세상 잡사 모두 잊고 나들이 가기 딱 좋은 날씨다.

그런데 정작 나들이 나가려니 주머니가 썰렁하다. 경기가 불이 붙었다고는 하나 내주머니 속까지 따뜻해 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려나 보다. 당연한 일이지 방에 군불을 때도 온기가 아랫목에서 윗목까지 오려면 한참 걸리는 법인데 돈이 돌고 돌아 우리네 한데잠 자는 서민들 주머니까지 오려면 시간이 좀 많이 걸리겠는가. 그런데 저번 은행에서 빌어쓴 돈의 이달 이자는 아무래도 지난 달 냈던 것 보다 좀 늘어난 것 같다. 당장 크게 늘어난 것 같지는 않은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면 걱정이 아닐수 없다.

시중 금리는 살살 오르는 것 같고 신문을 보니 경기가 좋아져 물가가 오를 염려가 있으니 앞으로도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러면 이자가 더 불어 날텐데 수입은 언제 늘어 날지 감감하고.

자,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봄나들이 가려는 기분이 갑자기 시들해진다.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좀 곰곰이 따져 봐야겠다.

물가가 오른단다. 그도 그럴것이 올들어 벌써 아이들 학원비가 오르고 고속도로 통행료가 오르고 목로주점 소주값이 오르고 안주값도 덩달아 올랐다. 왜 오를까.

아무래도 돈이 너무 많이 나돌아 돈의 값어치가 떨어진게 주원닫기주원기사 모아보기인인 것 같다. 돈이나 물건이나 너무 흔하면 값이 떨어지는게 세상살이 기본 이치가 아닌가. 돈 빌려주겠다는 곳도 많고 돈값(이자률)도 싸다 보니 나같은 사람도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덜컥 빌려 쓰고 봤는데 이제와서는 은근히 불안해지는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 금융당국이 취하는 가장 기본 조치가 돈값을 올리는 것이다. 돈이 귀해지면 자연히 사람들은 돈을 마구 쓰는 대신 금융기관에 맡기고 물건 값은 오르기를 멈추는 것이 지금까지의 기본법칙이라고 할수 있다. 돈을 싸게 쓰던 기업은 다소 불만이 있겠지만 서민 생활 보호를 위한 물가안정이라는 대의 명분에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부가 돈 값을 올리려 하는 것이 어디 물가만 잡겠다는 것인가, 돈 값이 워낙 싸다 보니 너남 없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어 아파트 투기하고 증권 사고 팔아 한탕하려하니 돈값이 싼 부작용이 어디 한둘이어야 말이지. 이러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거품이 꺼지면) 개인이나 금융기관이나 한목에 망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안 나올수 없다. 부동산 값이 갑자기 떨어져 신세 조진 사례가 바로 이웃나라 일본이 아닌가. 이제 경기도 어느 정도 살아 났으니 슬슬 금리를 올릴 때도 되었지.

그래서 이제 돈을 거두어 들이고 금리를 올리려는데 어딘지 모르게 찜찜하고 뒤통수가 가렵다. 잠깐 금리를 올리는 일차적인 목적이 무엇이었더라. 물가를 잡으려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물가는 왜 잡지. 서민가계의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그래서 민생을 안정시키려고. 지금까지 늘 그래 왔듯이. 그런데 요즘 가계 금융부채가 얼마라고 하더라, 옛날과 달리 은행빚 없는 집이 없다고 하던데.

지난 98년말 가계신용잔액이 184조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342조원으로 3년사이에 2배가 늘어나고 그래서 집집 마다 빚이 평균 2330만원이라며, 올해 들어서는 더 늘었다던데. 요즘 이돈의 이자가 몇프로지, 연 7.2% 라는데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가도 1년에 더내야하는 이자가 3조3천억원이고 이돈은 한집에 22만 6천원씩이나 추가되는 것인데. 모건스탠리인가 하는 외국인 훈수대로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려 가계대출금리를 2천년말의 연 9.5%정도로 끌어 올리면 1년에 7조6천억원의 이자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물가 잡아 서민 보호한다고 금리 올렸다가 잘못하면 금리로 서민잡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일반 가계로서는 두부값이 올라 지출이 느나 은행 이자가 올라 지출이 느나 피장파장 아닌가.

가계대출금리가 소주값이나 전철 요금처럼 물가 지표의 하나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왜 이렇지, 옛날에는 안그랬는데.

자 이제는 정책 당국자들이 고민할 차례다.

당국으로서는 지금까지 와는 달리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경제 환경이, 세상이 변한 것이다. 옛날에는 가계대출금리는 기본금리 결정 요인으로서는 무시해도 되었는데 이제는 가장 먼저 고려 해야될 변수가 된 것이다. 정책당국으로서는 아쉽지만 경제를 조정할 가장 큰 무기중의 하나인 금리라는 전가의 보도에 금이 간것이다.

조만간 금리를 건드리지 않을수 없는 상황은 자꾸 다가 오는데 당국으로서는 난제가 아닐수 없다.

더구나 여기에는 상당수 국민의 이해 관계가 걸려 있는 만큼 경제 논리 만으로는 풀수 없는 미묘한 문제가 있다. 잘못하면 정치 논리가 끼어 들게 되어 있는 것이다. 어느 대선 후보든지 ‘가계 대출 금리를 연 4%로 묶어 놓겠소‘하고 부르짖으면 5백만표는 떼어논 당상 일지 몰라도 취임 1년후의 경제상황은 보장받을수 없을 것이다.

이문제의 해결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해결 방법이라는 것이 아주 세심하고 빨리 착수 해야하고 처리에는 상당기간을 요하는 것인데 어느 공무원이 이 광 안나는 난제를 풀겠다고 발 벗고 나서겠는가. 더구나 지금은 정권 교체기가 아닌가.

결국은 문제가 악화 될 때로 악화 되어 전국적으로 가계파산이 일상화 되고 ‘파산자 전국연합회’가 결성되어 국회 앞에서 데모라도 해야 특별법이 제정되고 문제가 해결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우려가 봄날의 잠깐 꿈이라면 더할 수 없이 다행이겠지만.

<강 종 철 논설위원>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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