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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人事 小考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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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01-23 20:25

[苧洞칼럼] <이 양 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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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십수년간 보아온 은행 인사 풍속도는 한마디로 실망스런 것이었다. 주인이 없다 보니 복마전이었다. 정치 관치인사가 판을 쳤었다. ‘황제’라는 별칭을 지닌 금융권 실세가 은행임원인사까지 떡 주무르듯 했었던 적도 있었다. 萬事라는 인사가 이 지경인데 은행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예 잘못된 기대였다는 생각마저 든다.

새삼 과거 은행 인사의 문제점을 되씹는 것은 제발 이제는 은행 인사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때문에서이다. 은행 합병, 매각등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은행인사가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은행이 망하는 것을 목전에서 봤고, 외국자본이 주인이 된 은행의 냉혹한 ‘업적주의’ 인사를 경험하기도 했다.

은행인사가 더 이상 정치나 관치인사가 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데 따른 자연스런 변화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은행의 장래를 좌우할 은행장 인사는 철저하게 경쟁력에 부합되는 기준이 적용돼야 하고, 임원진도 같은 기준으로 선임돼야한다. 이는 달리 말하면 인사도 시장원리에 맞게 이뤄져야한다는 소리가 된다.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주택은행장이 마이너은행의 CEO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주택 국민합병은행의 은행장으로 선임된 것은 그래서 시사점이 크다. 김행장은 시장에서 능력을 검증받고 성장한 전형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기자의 눈에 비친 은행 인사는 아직 과도기적 한계를 완전히 벗어난 것같지 않다.

얼마전 최고위급 금융 감독당국자의 “금융기관장 연임은 안 된다”는 발언은 그래서 실망스럽다.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면서 무엇보다 ‘또 다른 관치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뒤따랐다. 오랜 세월 관의 눈치를 보아온 금융권의 실상을 염두에 둔다면, 이 말은 구속력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그 자체로 ‘관치’일 수 있다.

이는 모처럼 시장이 경제논리로 움직이려하는 상황에서 당국이 개입해 물가를 인위적으로 더 내리겠다고 공언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낮은 물가가 좋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물가를 끌어내리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보다는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가운데 ‘적정물가’가 형성되는 것이 더 건강한 경제구조가 아닐까. 하물며 어떤 자리에 대한 임기의 경우 ‘단임’이 절대적으로 가치있다는 그 어떤 근거도 없지 않은가.

오히려 그 반대의 예를 발견하기가 쉽다. 불과 20여년의 짧은 역사를 지닌 신한은행이 대표적 우량은행으로 우뚝 서게 된 이유를 한번 생각해 보면 자명해 진다. 신한은행의 라응찬전행장은 무려 3연임을 했다. 은행 역사의 거의 절반이 라행장체제로 운영된 셈이다. 지금도 라전행장은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으로 은행경영에 기여하고 있다. 오늘의 신한은행이 있게 된 터전이 마련된 시기 또한 라행장 재임기간이라고 본다면 과연 비약일까.

올해는 국민의 정부 마지막해이다. 권력누수현상이 불가피하고, 그래서 ‘정치인사’의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치인사의 가능성이 낮아진 틈새로 ‘관치인사’가 부활하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이 생기는 것은 과연 필자만의 기우일까.

우리 헌정사를 되돌아 보면, 5공화국시절 전두환 정권당시 ‘5년 단임’이라는 슬로건이 있었다. 장기독재가 계속되다 보니 ‘5년단임’이라는 슬로건이 국민정서에 먹혀들었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5공정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단임’이 선거공약이 되고 또 이것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라면 어떻게 ‘임기’ 그 자체가 공약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수단과 목적간의 가치 轉倒,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정책이나 비전이 공약이 돼야하고, 그리고 임기말 그에 대한 공과를 다시 심판받는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이 정상이다. 연임이든 단임이든 시장이 판단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대통령임기의 4년중임제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정치적 이해와 연관이 있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일 수도 있겠지만, 장기독재의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에서 이제는 획일적 단임제의 폐해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을 반증하는 측면도 있다.

얼마전 만난 어느 학자는 이런 말을 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은행 구조조정은 하드웨어적인 것이었다. 구조조정의 궁극적인 목표인 경쟁력을 높이려면 소프트 웨어적인 구조조정이 수반돼야 한다”

학자가 지적한 소프트웨어적인 구조조정중 하나가, 아니 이중 가장 중요한 대목이 인사의 합리성회복이 아닐까. 그리고 사견이지만 연임불가니하는 ‘획일성’보다는 경쟁력에 부합하는 ‘유연성’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합리적인 은행인사는 과연 어떤 것일까를 진지하게 곱씹어 생각해 봐야할 싯점이다. 어렵사리 추진해 온 은행 구조조정의 결실을 제대로 맺기 위해서라도.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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