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나 다를까 주가는 당장 4개월 만에 다시 600선을 가볍게 뛰어 넘고 투자자들은 ‘연말 랠리’를 기대하며 시장을 달구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며 언론에서는 경기가 반등 조짐을 보인 것이라고 호들갑이다. 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관리들뿐만 아니라 주식투자자 아니 일반 국민들도 앞당겨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준 S&P의 본사가 있는 미국 쪽을 향해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 회사에서 내리는 국가신용등급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우리는 이미 뼈저리게 절감한 바 있다. 외환위기 당시 이들이 매기는 등급 놀음에 당장 나라가 망했다고 온국민이 발을 동동 구르며 전전긍긍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아닌가.
그때 우수수 떨어진 신용등급( AA-에서 B+로 10등급 하강, 참고로 S&P의 국가신용등급은 최고AAA에서 최저 D까지 21등급으로 되어 있다 )을 지금까지 원상회복하지 못하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마당에 2년 만에 다시 한 등급 올려줬으니 어찌 고맙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시 이들 신용평가 기관들이 내리는 우리나라 신용 평가 보고서는 바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던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던 것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S&P의 이번 평가로 당장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는 높아질 것이요 기업들의 차입비용도 줄고 외국에서의 투자 유치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벌써 외평채가산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도대체 이름도 생소했던 외국 신용평가회사들의 보고서 한 장에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일희일비( 一喜一悲)하게 되었는지 착잡한 심정이다.
좋은 말로 하면 우리 경제가 그만큼 세계화 되었다는 것이요, 바른말로 하면 강대국에 그만큼 예속된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선물은 언제나 반대급부가 있는 법. 2년 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당시도 전혀 예상을 못했는데 99년 말 S&P와 무디스가 연이어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고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외국투자자들은 신용평가 전후 무서운 기세로 ‘바이 코리아’를 해서 지수 6백선을 넘기더니 어느 순간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남은 것은 상투 쥐고 허탈해 하는 토종개미군단들 밖에 없었다.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마구 풀어낸 유동성은 벌써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난 다음 남는 것은 언제나 국내 투자자들의 한숨이요 외국자본의 대리인인 검은 머리 펀트 매니저들에게 떨어진 몇 푼의 구전뿐 이었다.
이번에는 그런 불상사가 없기를 바랄뿐이다.
그나저나 S&P와 같은 권위 있는 기관의 충고에는 언제나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있는 법. A4용지 한 장 정도에 불과한 이번 S&P의 보고서에도 우리에게 주는 뼈아픈 충고가 들어 있다.
-아직도 정부는 상당수의 은행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금융기관 민영화가 시급하다) 또 지금까지 148조원의 지원을 해준 금융기관에 앞으로도 32조원의 돈을 더 투입해야 할 것이다.
-혹시나 남과 북의 소득수준과 경제발전 차이가 현격한 현상태에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남한의 연간 GDP의 몇배에 해당하는 비용이 들 것이다. 비록 지금은 햇볕 정책이 북한의 급속한 붕괴를 막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미래는 불투명하다. ( 햇볕정책은 북한의 급속한 붕괴를 막기 위한 유효한 정책이다. 또는 현상태에서의 무작정 통일은 남북한 모두에게 큰 불행이 될 수 있다. )
-향후 전망은 안정적이다. (그러나 이는 내년의 대통령 선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이 계속된다는 것이 전제가 되었을 때 유효하다. 경제 개혁은 선거와 무관하게 계속되어야만 한다.)
지면 관계로 전문을 모두 싣지 못해 유감이다. 전문의 번역은 우리신문 홈페이지 ( www.fntimes. com)의 칼럼 맨 뒤에 게재하였으니 일독을 권한다.
(사족: 이렇듯 권위있는 S&P의 한국보고서 원문을 보고자 S&P의 홈페이지(www.standardpoor. com)를 찾아가 인덱스 페이지의 중간에 있는 한국보고서 제목(Foreign currency ratings on Korea raised to ‘BBB+ .....)을 찾아낸 것 까지는 좋았는데 아무리 클릭을 해도 밑에 줄에 있는 필리핀 은행 관련 기사만 뜬다. 아니 이럴 수가. 링크를 잘못시켜 놓은 것이다. 세상에나 이런 권위있는 기관의 홈페이지에 기본적인 실수가 있다니.
대신 원문을 구해 신속히 보내준 국제금융센타의 손영환 연구원에 사의를 표하며 이번에 한국의 신용을 한등급 올려준 S&P의 애널리스트 오가와 와 챔버스에게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개인적으로 홈페이지의 관리를 부실히 한 책임을 물어 S&P의 신용등급을 한등급 강등하고 싶다.)
<강 종 철 편집위원>
“한국 국가신용등급 BBB에서 BBB+로 상향조정”
2001년 11월 13일 작성 분석담당자: 타카히라 오가와 -싱가포르(65)239-6342 존 챔버스 ,CFA -뉴욕 (1)212-438-7344
Standard & Poor’s는 오늘 한국에 대한 장기 신용 등급을 한 단계 올렸다. 장기외화채권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상향조정 됐으며, 지방채신용등급도 역시 ‘A’에서 ‘A+’로 상승됐다. 투자전망도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이와 함께 S&P는 단기외화채권신용등급을 ‘A-3’에서 ‘A-2’로 높였고, 지방채신용등급을 ‘A-1’로 유지했다. 이 같이 신용등급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이 구조조정을 꾸준히 한 것이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간주된다. 기업구조조정 발전방안을 포함한 최근의 개혁은 부실한 재벌기업의 회생과 아시아 외환위기 때 국가가 보유한 자산을 처분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러한 자산 처분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담보채권으로 보증된 3조8천억원(30억 달러)과, 한국담배인삼공사에 대한 정부의 지분, 그리고 대우자동차와 현대투자신탁의 매각도 포함되어 있다. 일련의 개혁은 아래에 제시한 바와 같이 한국정부의 재정적 위상이 강화되었을 때 실행된 것이다.
--잠재적 충격에 대한 대외 신용의 회복
한국은행의 일천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는 한국의 총해외 적자폭의 거의 1.5배에 달한다. 또 98년 이후의 보다 신축성 있는 한국의 외환정책은 향후의 유동성 위기를 방지해줄 것이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개선되었고, 97년 말 수출액의 81.0%였던 순부채는 2001년말 수출 호조로 인해 수출액 대비 순자산 7.5%로 바뀌었다. 99년 말 이래로 공공부문은 대외적인 채권자가 된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다양화된 경제상황
올해 한국의 일인당 GDP 추정치는 9,500달러로써 ‘BBB’등급을 받은 국가의 중위수인 3,700달러를 훌쩍 뛰어넘는다. 외환위기동안 명목임금의 삭감과 노동쟁의의 제한, 그리고 노동쟁의 참여율을 낮춤으로써 노동부문은 적응력을 갖췄다. 광범위한 수출로 작년 실질 GDP를 8.8% 성장시켰고, 그것은 최근의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부터 한국을 구제하는 기본이 될 전망이다.
--훌륭한 재정적 유연성.
비슷한 신용등급의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의 재정상태는 외환위기를 거친 후 정부의 재정적자(사회보장 비용은 포함, 은행보조를 위한 공적자금은 제외)가 98년 5.3%에서 2000년 0.5%로 급격히 떨어졌다. 2001년의 두 번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감안해도 정부의 적자는 GDP의 1%미만인 것은 확실하다. 정부 총부채가 부실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을 포함할 경우 올해 GDP의52%에 달하지만, GDP의 39%를 차지하는 정부와 중앙은행 소유의 유동자산은 금융부문상의 더 많은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로 인해 제한을 받는다.
--불완전한 민간부문 구조조정
한국정부가 소수의 주주들과 채권자들의 권한을 강화시키고 있고 회계기준을 개선시키며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시장을 개방하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갈 길이 바쁘다. 정부는 대부분 은행부문의 소유주로 남아있는 상태다. 국가 전체 수출 실적의 5%를 차지하는 하이닉스 반도체의 장기적인 생존능력도 불투명하다. 148조원의 지원을 받은 금융부문은 97년 GDP의 38%만큼의 비용을 들였지만 추자지원금은 앞으로 32조원이 더 투입될 예상이다.
--한반도 통일에 대비한 비용
남한과 북한의 소득수준과 경제발전 차이가 현저한 상태에서 양국의 통일이 이뤄진다면 남한의 연간GDP의 몇 배나 해당하는 비용이 들 것이다. 비록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북한 경제의 급속한 붕괴를 막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자급자족 경제체제를 고수하고 있는데다 앞날을 예견할 수 없는 지경이며 군사적 위협마저 지니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의 전망: 안정적
보류중인 정부자산의 매각 성사여부를 차치하고라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내년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 때문에 주춤거릴 것이라는 가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대통령이 당적을 떠나 경제사안에만 전념하기로 한 소식을 접한 S&P 는 한국정부가 유사이래 최악의 불경기를 경험하게 했던 97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과거의 경제정책실수 중에는 잘못 권고된 지원정책과 은행 기업 등 주요부분의 국유화, 재정적으로 취약한 해외주재 한국 금융기관에 예치했던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금 고갈 등이 해당된다.
비록 세계의 경제상황이 5년 전에 비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지만, 한국은 거시적인 잠재력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이 난국을 헤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번역 심재천 기자)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