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금융권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8.0%(은행권은 5.7%)로 크게 감소했으며, 자본확충으로 인한 건전성 제고 등 정책적 효과도 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아직도 잠재부실채권비율이 상당히 높고, 정부의 보증에 의한 잠재부실기업의 회사채연장이 금융시장에서 일어나고 있어 금융구조조정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 99년 이후 잠재부실 커져
2000년말 561개 상장회사와 5058개 외감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을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비율이 100%가 안되는 기업은 각각 31%와 43.4%에 달해 국내기업들의 원금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채상환능력의 측정지표로써 자본비용을 충족시키지 못한 기업비중은 상장회사 34%, 비상장 48%에 달해 이자보상비율을 사용한 결과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의 전체여신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50%로만 보더라도 잠재부실채권비율은 정부의 공식통계보다 훨씬 높아진다.
더욱이 잠재부실기업의 부채상환능력 개선여부에 대한 패널자료분석(상장사 424개, 비상장 2966개)에 의하면 상장사는 97년 24%, 98년 33%, 99년 18%, 그리고 지난해에는 29%로 크게 악화되고 있으며, 비상장사의 경우 97년 38%, 98년 46%, 99년 27%, 2000년에는 38%로 99년 이후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 부실채권 정리에 치중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고서도 상당규모의 잠재부실이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에 남아있다는 것은 정부가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부실채권을 주로 처리했기 때문이며, 그 근원이 되는 잠재부실기업의 퇴출은 소홀히 한 결과이다.
이러한 미봉책에 의존한 금융구조조정 정책은 결국 회사채 신속인수제와 같은 편법을 동원, 금융시장의 가격기능 왜곡과 채권은행의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기회를 상실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선진금융국가에서는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지면 시장으로부터 퇴출되는 관행이 정착되어 왔기 때문에 잠재부실과 정부의 부실채권 통계와는 일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많은 잠재부실기업들이 퇴출되지 않고 있어 금융기관의 경쟁력 저하,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확대, 그리고 자금흐름의 왜곡 등과 같은 문제들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잠재부실이 시장에 상당부분 남아있고, 은행권의 잠재부실에 대한 대손충당금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마당에 정부가 은행에 대해 부실채권 축소를 무리하게 강요하는 것은 채권은행으로 하여금 부실기업을 오히려 살리는 일종의 역선택(adverse Selection)을 하게 함으로써 근본적인 금융구조조정의 실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재 지지부진한 금융구조조정의 추진을 위해 정부도 부실기업의 상시퇴출제도 도입과 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최근 3차 부실기업 퇴출과정에서도 보듯이 부실기업들의 실질적인 퇴출은 어려운 실정이다.
■ 퇴출, 은행책임 묻지 말아야
무엇보다도 30~35%에 해당하는 잠재부실기업중 약 40~50%
정도는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으로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중에서 회생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순차적으로 퇴출시키고, 기업퇴출과정에서 발생한 추가적인 잠재부실에 대해서는 채권은행에 책임을 묻지말고 정부가 공적자금을 추가적으로 투입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나머지 잠재부실기업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회생시키는 것이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을 막을 수 있다. 다만 기업회생을 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지금과 같이 출자전환이나 이자감면과 같은 단순한 채무조정에서 벗어나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전문성이 뛰어나고 기업경영 경험이 있는 유능한 CEO로 교체하고, 구조조정에 관해서는 교체된 최고경영자의 의견을 채권은행이 최대한 존중해 실천하는 길만이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노력과 더불어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회계 투명성 확보, 소유·지배구조의 개선, 전문인력의 확보와 지속적인 교육, 국내현실에 맞는 신용위험분석 모형과 위험관리 시스템 구축, 그리고 금융감독시스템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