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스스로 ‘순매수 유지’를 약속한지 6일 만에 매수결의를 철회하고 대규모 매물을 내놓아 개인투자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26일, 전날 반등에 힘입어 오전중 소폭의 오름세로 시작했던 주가지수는 증권사 및 기관들이 내놓은 대규모 매물로 10.06p 급하락했다.
이날 증시는 오랜만에 순매수로 나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총 396억원을 사들였고 개인도 264억원을 순매수하며 매수우위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증권사 및 기관들은 매수결의 철회후 거래소에 750억원, 코스닥에 70억원 가량 순매도해 지수 오름세를 차단했다. 이중 증권사들의 순매수 비율은 35%정도 차지했다. 매수우위 결의로 그간 순매수에 나섰던 기관들이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의 만들어 놓은 상승장에서 차익을 위해 일시에 물량을 내다판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의 이 같은 처세술(?)을 놓고 마켓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 아니냐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증권사 고객게시판에는 ‘양면적인 증권사’를 성토하는 각종 불만 사항들이 매시간마다 올라오고 있다. 특히 팍스넷, 씽크풀 등 증권정보사이트 게시판에는 고객감시단을 결성, 대량의 매물을 내놓은 증권사들을 찾아내 계좌 철회 운동을 벌이자는 집단대응 움직임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 한 고객은 “증권사 사장단이 매수결의를 약속한 기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더니 매수결의를 철회한 후에는 대규모 매물을 내놓아 증시를 흐트려 놓고 고객들의 피해를 방치했다”며 “시장이 어떻게 되건 고객이 어떻게 되건 기업으로서 이익을 내자는 행태만을 반복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실제로 증권사 사장단이 순매수 결의를 약속한 후에도 증권사들은 서로 눈치보기에 바빴다. 얼마나 살 것인지를 경쟁사의 움직임에 의존할 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이익집단으로서 증권사들의 변명도 어느정도 이해가 가지만 이처럼 생색내기에 머무른 증권사들의 ‘한판 쇼’가 고객불신을 초래할 것은 분명하다.
순매수 결의를 철회한 증권사들이 최근에는 임직원 1인 1계좌 갖기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불신이 가득찬 개인투자자들의 눈에는 이 또한 쇼에 불과할 뿐이다.
증권사 객장을 찾은 한 고객은 “최근에 정제계가 모두 나서서 주식모으기 운동, 1인 1계좌 갖기 운동 등을 펼치고 있지만 도무지 믿지 못할 짓만 하고 있어 그런 방향성에 전혀 동참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당국은 각종 증시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증시 호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투자자들의 애국심에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시장의 주요 축을 이루며 마케메이커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증권사나 기관들은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마음에 또 한번 ‘멍’만 생기지 않을 까 우려된다.
임상연 기자 syl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