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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은행비밀법 없애라` -미테러사태 여파

김미선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1-09-20 09:37

미국에 대한 동시다발 테러사태의 여파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스위스의 은행비밀법 폐지를 요구하는 국제적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스위스가 테러리스트의 자금원을 규명하고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스위스 정부는 스위스의 은행비밀법이 마치 테러리스트 자금의 도피처를 제공하는 것처럼 암시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스위스 재무부의 다니엘 에크만 대변인은 `스위스 은행비밀법은 어떤 경우에도 범죄자들을 보호하지 않으며 테러 행위가 발생할 때에는 항상 중지된다`고 해명했다.

영국과 스위스의 신경전은 양국이 유럽은 물론 세계금융의 중추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주도권 타툼의 성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스위스 검찰관계자들이 브라운 재무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그동안 국제적인 돈세탁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은 바로 영국이었다고 비판한 것은 이러한 측면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영국을 비롯한 15개 국가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있는 유럽연합(EU)은 최근 이자소득세를 도입한 것을 계기로 스위스에 대해 은행비밀법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EU측은 은행비밀법 폐지가 스위스의 EU 가입에 전제조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스위스는 `돈세탁의 천국`이라는 국제적 비난이 집중되자 지난 98년 돈세탁방지법을 도입하고 감시기구를 설치했으나 EU가입을 설사 포기하더라도 은행비밀법은 절대로 폐지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스위스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이미 지난 84년부터 범죄조직의 돈은 압수할 수 있도록 허영하는 법을 시행해왔기 때문에 테러리스트의 자금은닉과 은행비밀법은 무관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부시행정부는 이번 테러사태를 계기로 국제 테러조직에 의해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불법자금의 돈세탁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자칫 스위스의 은행비밀법으로 불똥이 튈 여지가 없지 않다.

더욱이 미국의 테러를 배후조종한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한 공모자들이 이번 거사에 앞서 주식 또는 스톡옵션을 대량으로 거래함으로써 단기 차익을 거뒀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고 일부 해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취리히 소재 스위스증권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 4일전에 스위스재보험사인 `스위스 리`의 주식 1만6천주가 비정상적으로 거래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현지언론들이 전했다.

스위스연방금융위원회는 19일 미국, 네덜란드, 홍콩, 일본 등 10-12개국의 증권.금융규제 당국자들과 테러조직의 개입의혹에 관한 정보공유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필리핀의 마르코스에서 유고의 밀로셰비치에 이르기까지 독재.부패 정권의 `검은 돈`이 거의 예외없이 스위스은행의 비밀계좌에 예치돼왔고 사후처리가 아직도 진행중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미국사태가 스위스 은행비밀법 폐지논란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심사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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