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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신용금고, 경남모직 처리문제 ‘골머리’

김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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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1-09-05 21:37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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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시스템의 이해 부족으로 벤더 의존도 심화

일원화된 시스템 관리 및 경영전략과 연계 시급


국내 금융권에서는 전체 시스템을 뒤엎는 대형 IT프로젝트가 유난히 많다. 은행권의 차세대시스템이 그렇고 보험사의 신보험시스템이 그렇다. 보통 수백억대를 넘어서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진행될 때마다 IT업계는 로비스트까지 동원해 사활을 건 수주경쟁을 벌인다.

주기적으로, 유행처럼 전산시스템을 뒤엎는 일은 국내 금융권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현상이다. 물론 금융영업 환경이 변하고 IT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신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기 마련이다.

특히 최근 인터넷을 포함한 새로운 채널의 등장과 함께 고객정보 활용의 중요성에 대한 자각은 전체 시스템 틀을 뒤엎을 만한 충분한 동인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개발문화가 국내 금융전산 문화의 고질적인 병폐와 연계돼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혹자는 국내 금융권의 전산시스템을 덕지덕지 기워놓은 ‘누더기’로 표현한다. 말그대로 난개발(亂開發)의 전형이라는 것. 전체적인 계획 없이 필요에 따라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아무도 알 수 없는 통제불능의 시스템으로 대상화(對相化)해 버렸다.

이에 따라 필요에 의해 일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은 애초부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재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부족할 뿐더러 구현해야 할 차세대시스템에 대해서도 사실은 잘 모른다.

따라서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통째로 시스템을 뒤엎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나마 차세대시스템 개발의 효과를 충분히 본다면 다행이다.

금융권의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부실하다 못해 간단명료하기까지 한 제안요청서(RFP)다. 제안요청서 작성수준의 빈곤은 IT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좋은 말은 다 포함되고 새로운 기능은 모두 요구하고 있지만 알맹이가 없다. 금융기관의 고유전략과 IT업체들이 실제로 참고해야 할 구체적인 지침이 부재하다는 것. 정확한 제안요청서는 해당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가장 명료하게 보여주는 척도라는데 이견은 없다.

업체들도 고민이 많다. 과연 금융기관이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적절하지 못한 제안이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업체선정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기술력과 구현 노하우가 아니라 ‘가격’이 되기도 한다. 전산부 직원과의 친밀한 유대가 더욱 중요하며 프리젠테이션 자료는 천편일률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T벤더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금융기관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 업계가 제안한 범주내에서 선택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 물론 IT업체들은 대부분 금융업무에는 문외한들이다. 결국 경우에 따라서는 ‘장님이 장님을 인도’해 엉뚱한 결과물이 도출되기도 한다.

부실한 제안요청서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기존 시스템에 대한 이해부족과 함께 전체 경영전략 및 비전과의 연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권을 시작으로 현업부서와의 연계조직을 꾸리는데 부산한 모습은 이러한 면에서 고무적이다.

반면 전체 경영전략을 토대로 고유한 IT전략을 펼치는 금융기관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은행과 보험권 차세대시스템의 경우에도 정말로 신시스템이 필요한가라는 물음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왜 필요한가라는 물음은 IT기술이 아닌 경영전략 차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충분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고 전략적으로 그저 그런 필요성만 있다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신시스템을 구축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정확한 현업의 요구와 함께 기존 시스템에 대한 이해만 분명하다면 부분적인 개발도 시도할 수 있다.

최근 ‘IT경쟁력이 금융 경쟁력’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전산시스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전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현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물론 IT와 금융업무가 복합된 e금융의 영역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전산 본연의 역할이 도외시될 수는 없다.

개별 금융기관의 경영전략이 가장 첨예하게 녹아있어야 할 전산부문이지만 국내 금융기관들은 아직도 뚜렷한 차별화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속도와 처리용량을 중시하는 계정계적인 사고가 팽배한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독자전략을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경영전략과의 유기적인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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