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업계에는 주식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인력유치 경쟁’이라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마다 경력과는 상관없이 능력이 뛰어난 영업직 사원과 전문 전산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높은 상여금과 성과급 제시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는 인력유출을 막기 위해 상여금과 성과급을 상향조정한 상태이다.
업계에서는 증권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인력유치 경쟁’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즉 IMF이후 대규모 감원 등의 아픔을 겪은 바 있는 증권사들이 시장상황에 맞지 않는 무분별한 인력유치로 인해 향후 구조조정 시점에서 똑같은 아픔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19일 증권사 한 관계자는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인력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더욱이 성과급까지 상향조정되는 등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미 영업직 사원들을 대상으로한 스카우트의 경우 업계 룰마저 깨져버린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증권업계의 이 같은 ‘인력 유치경쟁’에 불을 붓인 것은 투신증권 및 신설증권사들이다.
지난해 7월부터 증권영업에 들어간 투신증권들은 영업 및 전산기반을 어느정도 갖추면서 지점 영업직 사원들을 중심으로 직원채용에 들어간 상태이다. 또한 신설증권사들도 영업확대 및 인원보충을 위해 수시모집 등을 통해 전문 인력을 대거 유치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투신증권 및 신설사 등 일부 증권사들이 시장상황과는 상관없이 본격적인 영업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지점영업 및 전산 등 전문 인력들을 대거 유치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인력이 좋은 조건을 찾아 이동하기 때문에 이들 증권사가 제시하는 성과급과 상여금의 기준도 상향조정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더욱이 인력유출을 막기위해 타증권사들도 성과급과 상여금 등을 상향조정하고 있어 업계 전반적인 임금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인력유치 경쟁’에 대해 증권업계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인력수급에 대한 시장 조정기능이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정부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나 시장 자율적 구조조정이 실패하면서 사실상 이미 정리돼야 했던 업계 인력수급 문제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업계의 인력수급에 대한 시장 조정기능이 상실된 상태”라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는 IMF와 같은 대량 감원 사태가 또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임상연 기자 syl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