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유관기관의 조직관리와 경영 효율성, 투명성 도덕성 등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코스닥증권시장과 증권예탁원에 이어 증권업협회에서도 지난 11일 직원 횡령사건이 발생하면서 업계에서는 증권유관기관에 대한 구조적인 모순을 바로잡아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논의되고 있는 증권유관기관의 시장통합에 따른 구조조정의 중요성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횡령사건 발생 후 증권업협회는 전체 직원의 여름 상여금 반납, 관련부서에 대한 인사단행 등을 통해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미온적인 대안으로는 사건의 재발 여지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증협의 조직관리와 자금관리 능력의 허점을 면면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증권사들의 업무기강과 자산건전성을 관리해야 할 자율규제기관이 이 같은 허점을 보여준다는 것은 향후 업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집중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권유관기관의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수익과 지출, 자금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지적하는 이 같은 문제는 증협만의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 5월 증권예탁원의 김동관닫기

증권 전문가들은 증권유관기관의 이 같은 사건은 조직관리는 물론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의 결여 등 구조적인 모순으로 이미 예측된 사건이라고 말한다. 국내 증권유관기관에 소속된 인원이 1500여명이 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업계를 대변해주고 관리, 조정하는 능력에는 모두들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협회의 경우 타협회에 비해 수배 많은 인력을(전체 232명) 보유하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원성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협회의 자율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조직구성, 데이터 확보를 통한 사례 연구 등에서 대응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낙후돼 있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최근 주요 거래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사이버주식거래의 경우 그 볼륨과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협회내에서는 1~2명의 인력으로 증권사들의 의견과 요구를 수렴하고 있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단지 월별이나 분기별로 증권사 현황조사를 통해 국내외 상황을 종합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협회측에서는 인력부족을 하소연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조직구성과 업무분담의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익단체가 아니면서도 증권사 회원비와 수수료 수익으로 수백억원의 자금을 적립, 운용하면서 인력부족을 하소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업계는 협회가 주장하는 자금 적립 이유에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협회는 주가감시 시스템 확충이나 연수원 시설 확충 등 공적인 용도로 쓰기 위해 자금을 적립, 사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예산소요가 잡혀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년 수백억원의 돈을 적립한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증권유관기관중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증권예탁원의 경우도(전체 인력 466명) 실상은 마찬가지. 업계 관계자들은 800조원에 이르는 유가증권 관리와 예탁결제라는 중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증권예탁원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가장 큰 불만은 증권예탁원의 잦은 시스템 사고 발생과 대응력 부족이 꼽히고 있다. 사이버 주식거래와 관련 매매체결 등 관련 시스템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도 수작업 형태의 업무방식 남아있는 것도 증권사들의 불만중 하나.
특히 예탁결제 업무의 독점체제에 따른 서비스 질과 개발 능력 부족은 증권시장에 또 다른 예탁원의 필요성까지 대두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즉 다원화를 통한 경쟁체제로 서비스 질과 개발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업계에서는 증권유관기관들의 구조조정에 대한 문제가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증권유관기관들의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통합을 통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자율 규제를 외치며 시장통합을 반대해오던 증권유관기관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방법론에 대해 다시 논의하는 분위기”라며 “어떤 식으로든 시장통합이 이루어져 불필요한 요소들이 제거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상연 기자 syl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