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판매되기 시작한 랩어카운트가 일단 순조롭게 출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반면 증권사들의 상품 판매를 위한 금융자산관리사(FP)의 활용도는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금융자산관리사의 전문성과 인력과잉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21일 현재까지 증권업협회가 주관하는 금융자산관리사 시험에 합격한 인원은 모두 1만 2650명이며 이중 증권사 금융자산관리사 인력은 7570명으로 전체에서 59.8%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시험에 합격한 인력을 현업에 활용하는 증권사들은 랩어카운트 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일부 대형사들뿐이다.
이마저도 기존 투자상담업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거나 관련부서와는 상반된 부서에서 일하고 있어 금융자산관리사라는 전문성이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융자산관리사 시험에 합격하는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면서까지 전문인력 양성에 전사적으로 나섰지만 최근 랩어카운트 상품개발 및 판매가 늦어지면서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계속적인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업계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하겠지만 현재로선 이들을 활용할 만한 특별한 대안이 없어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랩어카운트 상품개발 및 운영을 위해 직원들에게 교육비와 보너스까지 지급하면서 금융자산관리사 시험 ‘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최근에는 FP자격을 취득한 인력들의 활용도가 떨어지면서 이 같은 분위기도 한풀 꺽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FP자격을 취득한 증권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금융자산관리사 시험과 전문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FP시험에 대한 증권사들의 과민반응에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투신증권사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시행된 금융자산관리사 시험이 내용이나 질적인 면에서 투자상담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며 “이는 증권업계가 랩어카운트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인해 체계적인 준비없이 인력배출에만 신경썼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증권전문가들은 인력 과잉으로 인한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랩어카운트의 조기정착을 통한 공급라인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증권업계가 관련 제도 개선 및 상품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관련 시험도 개인의 투자상담 기법 및 자산관리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임상연 기자 syl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