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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포에 그친 “부실분석 징계”

문병선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1-04-05 18:11

다수가 계약직...“他증권사로 가면 그만”

이러저리 옮겨다니며 부실 量産할 우려

직장을 옮겨 또 부실 분석을 하면 어떻게 되나. 증권가에 부실분석 책임론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요지는 증권업협회가 아무리 증권사에 대해 고객손실 책임 차원에서 중벌을 내린다 해도 정작 분석을 담당했던 직원들은 해당 증권사에서 떠나버리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실분석 증권사 제재 무용론’인데, 증권사 IPO(기업공개 주간업무)팀 인력의 다수가 계약직으로 확인되면서 신빙성 있는 說로 회자되고 있다. 계약직이 많은 증권사는 주로 중소형 규모의 회사로 제재대상 20여개社 가운데 10여개가 넘는 것으로 관측된다. 10여개 회사의 IPO팀 인력은 20~30% 가까이가 계약직으로 알려져 있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부실분석 증권사에 대한 증협의 제재 완화 움직임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를 떠나 부실분석 증권사 제재 조항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냉소 분위기가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부실분석 제재 조항은 발행회사가 주식공개를 할 때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투자의 지침이 된 분석내용은 분석 증권사가 끝까지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다. 99년 개정때 징계수위가 대폭 강화된 바 있다.

업계 IPO팀 한 관계자는 “증협이 현행 규정대로 무더기 제재를 내리더라도 계약직 사원들은 해당 회사를 떠나 제재를 받지 않은 타증권사로 이직하면 그만”이라며 “20여개사가 인수업무를 못할 경우 소수의 중소형 몇개사에 업무가 집중하는 만큼 인력수요가 커질 것이고 이러한 인력은 그대로 수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계약직 사원 뿐 아니라 정규직 직원도 부실분석에 대한 책임과 상관없이 이직의 길은 열려 있다.

이같은 ‘징벌의 부작용’은 징계 대상이 증권사에만 국한되고 분석을 담당했던 애널리스트, IPO팀 직원 들에 대한 처벌은 거의 전무하기 때문. 부실분석을 막고 투자자에게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법 도입 취지는 이처럼 변질돼 가고 있다.

정작 부실분석의 주범(?)은 회사를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며 계속해서 부실하게 분석하는데, 애매한 증권사만 곤욕을 치른다는 것이다.

중소형 증권사 한 사장은 이와 관련 “지난해말 등록했던 기업의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아 담당 직원을 찾아 문책하려 했는데 그 직원은 떠나고 없었던 예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증권사로서도 부실분석을 막고 싶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것.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부실분석 제재조항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이상적인 규정이라는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더불어 정확하게 분석한 사례에 대한 포상 규정은 없고 틀린 부문만 찾아내 징계하는 ‘처벌위주의 규정’, 등록기업을 분석할 때의 자료와 해당 기업이 결산할 시점의 자료가 다른 ‘자료의 미스매칭’(유가증권 투자 손실 및 부실채권 상각 등) 등과 함께 규정개정의 근원적인 검토가 뒷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부실분석 증권사를 제재한다는 것은 발행회사의 경상이익을 공모 당시 잘못 예상한 증권사가 예상이 빗나간 정도에 따라 3~12개월동안 기업인수 업무를 못하게 한다는 조항이다.

증협은 최근 지난해 코스닥 등록기업의 실적을 부실하게 분석한 20여개 증권사들이 무더기로 이 조항에 걸려 제재를 받을 경우 앞으로 2~3년간 공모를 주간할 수 있는 회사가 거의 없는 ‘공모대란’이 우려된다는 점 때문에 이 제재수위를 낮추는 案을 최근 검토하고 있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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