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가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벤처캐피털들의 인맥에 대한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특히 경기고 서울고 중앙고 등 명문고 출신들의 끈끈한 인맥관리는 네트워크관리 차원을 넘어 조합결성 투자업무 공동진행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명문고들의 움직임에 업계 관계자들은 질시와 부러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미국 벤처캐피털리스트중 30% 가량은 스탠포드 MBA 출신들로 이루어져 전세계 벤처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벤처캐피털들이 밖으로 글로벌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안으로는 명문고 출신들의 내사람 챙기기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고교 평준화 전 명문고 출신 원로들이 뺑뺑이(?) 세대 심사역들까지 후배로 인정함에 따라 고교동문간 파워는 업계 투자패턴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명문중의 명문 경기고 출신들의 활약은 정·관계 뿐만 아니라 창투사 내에서도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벤처캐피털업계에서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경기고 출신들은 재경부 산자부 중기청 등의 관료쪽 선배 인프라를 통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창투사 하나 차릴려면 경기고 출신 임원쯤은 한명 있어야 한다는 말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올 정도다.
이들은 특히 한달에 한번씩 스터디 모임을 통해 단결력을 과시하고 있어 타 고교동문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경기고 출신의 대표주자로는 연앤벤처투자 연병선 사장이 있고 M&A부티크까지 포함해 20여명의 대표이사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임원 및 팀장급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종금사 금고 등 제2금융권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앙고 출신 역시 창투업계에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벤처업계에서는 메디슨의 이민화, 창투업계에서는 일신창투 고정석, 서울창투 이재연 사장 등이 있고, 前 기은캐피탈 민종수 부장은 최근 창투사 설립을 추진중이다. 중앙고 출신들은 최근 중앙종금 김석기 씨의 몰락과 본거지였던 메디슨 자회사 무한기술투자가 영향권에서 벗어나 주춤하고 있으나 잦은 모임을 통해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년 전만해도 창투업계를 서울고 출신들이 장악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화려한 인맥을 구축했던 서울고는 최근 대표주자 서갑수씨를 제외하고 모두 주춤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서울고의 단결력 부족이 자유분방한 학풍에 기인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밖에 경복고 출신들도 벤처모임을 통한 세규합에 나서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고교동문간 활발한 교류는 조합결성시 기관투자가들의 출자를 유도하기도 하고 투자시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서로를 알음알음 챙기고 있다. 또한 인맥을 통해 아이디어와 기술밖에 없는 신생기업에 경영진과 이사회 멤버를 구성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사업 방향과 마케팅 전략까지 지도해 주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에는 업무제휴를 알선하거나 M&A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시장 흐름을 짚어내는 것은 물론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벤처캐피털 사회 역시 철저하게 인맥으로 통한다.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스탠포드 MBA 출신이 아니면 명함도 내밀기 어렵다. 하지만 한번 인연을 맺게 되면 그 혜택은 엄청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99년 미국벤처캐피털협회 통계에 따르면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미국 전역을 통틀어 3658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 중 30% 가량이 스탠퍼드 MBA 출신들이다. 이 통계만 보더라도 스탠포드 MBA들이 미국의 첨단기술 산업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창호 기자 ch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