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해말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합의하는 등 은행의 생존을 위해 경영진의 정책에 적극 동조하고 나서 금융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부에서는 어용이라는 비난을 가하고 있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은행이 사라지고 난 다음에 노동운동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지금은 노사가 합심해 업무추진에만 전력해야 할 때”라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1월까지 인사, 정책 수립 등 관리적인 차원의 모든 활동을 끝마치고 2월부터는 업무에만 치중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올해 9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하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전략이다. 또 올 한해 동안 합병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진행하지 않고 직원들의 고용을 안정시켜 목표달성에 매진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박찬일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말 코메르츠은행의 레머전무를 직접 만나 한빛은행과 합병의 부당함을 지적해 합병을 무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박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코메르츠의 레머 전무와 면담을 통해 올해 외환은행은 9000억원의 순이익을 목표로 하고 이를 위해 노조도 적극적으로 나서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설득해 합병 포기에 대한 동의를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금융계 일부에서는 노조가 나서 임금을 동결하고 쟁의를 포기하는가 하면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동의하는 것은 노조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박위원장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박위원장은 “시장환경에 적응해 변화하지 않는 노조는 오히려 은행에 피해만 줄 것”이라며 “지금은 노동운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업무실적을 높이는 것이 외환은행 노조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위원장은 “노조의 쟁의 행동이 곧바로 파업으로 이어지고 파업에 대해 국민들이 극도의 저항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쟁의가 곧바로 외환은행의 붕괴로 이어질 절대절명의 위기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위원장은 또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구조조정과 경영혁신 차원에서 누진제 폐지에 합의했고 직원들도 이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