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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좌담-은행산업이 나아갈길

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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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1-01-01 20:02

확실한 전략 사업모델 갖춰야 합병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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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가 부실금융기관 보호수단 돼선 곤란

두 차례에 걸친 거액의 공적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새해 은행산업은 안팎으로 시련이 예상되고 있다. 밖으로는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 국내경기 위축, 한계 기업들의 부실화 등으로 신규 부실여신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도 합병과 지주회사 출범에 따른 조직 및 인력 감축, 시스템 개혁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때로는 노조 등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조흥은행 위성복 행장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민상기 교수를 초청, 박종면 편집국장 사회로 새해 우리 은행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단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사회 : IMF 위기 이후 3년여에 걸친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64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심화돼 40조원을 추가로 투입해야할 상황입니다. 그동안의 구조조정 과정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또 정부당국이나 은행입장에서 미진했거나 잘못된 점은 무엇인지 말해 주시지요.

쭒민상기교수 : 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미숙했다고 봅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최소 3년이 걸렸습니다. 주식시장의 과열 등으로 인해 가려진 위기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잠시 ‘미니 버블’이 있었던 것이지요.

다행인 것은 60조원의 공적자금을 신속히 투입했다는 점인데, 반대로 총선에 따른 정치적 부담 등으로 추가로 투입될 40조원의 공적자금 집행을 빨리 못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40조원으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위성복행장 : 1차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통해 9개 은행이 퇴출됐고 4만명에 이르는 은행원이 직장을 잃는 아픔을 겪었지만 반면 우리나라에 대한 해외 신인도가 크게 상승하는 등 어느 정도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또한 은행을 중심으로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하게 된 것도 성과라고 봅니다. 하지만 대우사태와 같은 예측이 어려웠던 시장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기본적으로 실물경제와 금융부문은 맞물려 돌아간다는 원칙을 간과한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은행 구조조정은 물론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구조조정 단행과 함께 종금 투신사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조기 정상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됐어야 했습니다.

추가로 투입되는 40조원의 공적자금으로 구조조정이 마무리 될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향후 경제전망에 좌우될 것이라고 봅니다. 기업 구조조정과 워크아웃 기업의 회생 여부가 변수가 되겠지요.

▷민교수 : 종금사와 투신사의 처리는 여전히 미숙한 모습입니다. 종금 투신등 직접금융에 참가한 기업들은 투자와 경영 실패에 대한 손실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합니다. 은행이 종금사나 투신사의 부실을 분담하는 악습은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한편 정부와 금융계 일각에서는 성장이 이루어지면 기업 부실은 저절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경험적으로 보면 기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실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에 있어 보조금식의 저리 지원이 아니라 패널티 레이트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의 모럴 헤저드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입니다.

▲사회 : 2단계 은행 구조조정과 관련, 합병을 통한 대형화와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부실은행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지만 부실금융기관을 퇴출시키지 않는데 대한 비판이 있는가 하면 한국적 경영풍토에서 합병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는지요.

▷위행장 : 지주회사 설립 목적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금융종합그룹인 지주회사는 이업종간 결합을 통해 업무의 전문화를 도모하고 무엇보다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단순히 몇 개의 금융기관을 한 곳에 묶는 외형상의 대형화가 아니라 설립 목적을 분명히 제시하고 경영을 통해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지주회사가 설립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설령 대형화라는 목적은 달성할지라도 경쟁력이 없어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것입니다.

이러한 논리는 대형 우량은행간 합병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분명히 제시하지 못하는 합병은 결국 직원, 주주 등 이해 관계자들의 설득을 얻어내기 힘듭니다. 보스턴 컨설팅그룹 조사에 따르면 확실한 합병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지 못했을 경우 합병에 실패한다고 합니다.

▷민교수 : 금융지주회사 설립은 ‘범위의 경제’를 시현하고 업무영역 다각화를 위해 추진되는 것으로 이는 세계적 추세입니다. 그런데 우리처럼 예금 부분보장제 시행에 맞춰 부실금융기관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비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국내 은행들의 합병이 인력 감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합병을 통해 부실대출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업무상 보완으로 경영 전략상의 획기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데 인력 감축등 비용측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합병은 태생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는 우량은행의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주회사건 합병이건 결국 마지막 목적은 초우량 은행을 만들어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것입니다. 세계 초우량 은행들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금융 포지셔닝과 국제금융 포지셔닝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업금융에서 한발 떨어져 리테일 업무에 치중하다가 우연히 우량은행으로 부상한 국내 은행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사회 : 올해는 다양한 금융개혁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이러한 금융개혁프로그램들이 시장과 고객, 그리고 은행 경영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위행장 : 새해 시행되는 다양한 금융개혁 프로그램 중 단연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예금 부분 보장제입니다. 제도의 시행 시기와 보장 한도를 놓고 정부와 금융기관간에 적지 않은 마찰이 있었지만 제도 시행에 따른 은행간 자금 이동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일부 소규모 지방은행이나 종금등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경우에는 고객 이탈이 우려됩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시행은 일부 부유한 계층에게는 문제가 되겠지만 이들은 웬만한 규모의 세금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계층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금융소득 과세를 굳이 피하기보다는 보다 안정적이고 신뢰도가 높은 금융기관을 찾아가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외환자유화 조치에 따른 자금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5만달러 이상은 국세청에 신고토록 했고 외국의 경우 금리가 낮아 환율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실제로 밖으로 흘러나가는 자금은 별로 없을 전망입니다.

▷민교수 : 예금 부분 보장제도 시행에 따른 고객 이동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동감입니다. BIS 비율이 낮고 경영이 부실한 금융기관들이 지주회사로 편입돼 고객 이탈은 문제가 되지 않게 됐습니다.

외환자유화와 관련, 정부는 보다 전문적인 관리 능력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국세청의 경우 당장 전문적인 국제 조사역 확보가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환자유화와 관련 은행들은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기관이지 감독기관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으면 합니다.

▲사회 : 정부에서는 온갖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고있는 기업 자금난을 해결하는 방안은 없을까요.

▷민교수 : 지금은 금융제도의 잘못으로 신용경색이 야기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경영 잘못으로 인한 인솔벤시 문제는 기업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모든 은행들이 기업금융을 기피한 채 리테일에만 치중하고 있는데 어려운 상황일수록 기업금융을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위행장 : 기업의 자금난이 계속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은 은행의 크레딧컬쳐가 많이 바뀌었다는 점과 BIS 자기자본비율 중심의 은행 경영에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또 국공채투자나 개인대출 위주의 자산운용도 기업 자금 경색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봅니다.

은행이 자체 구조조정에 얽매이고 손실 노출에 따른 부담 때문에 기업의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밀어부치지 못한 것도 원인이 됐다고 봅니다.

▷민교수 : 은행이 제자리를 찾아야 기업의 신용경색이 해소될 수 있습니다. 은행이 죽느냐 사느냐는 경계선에 있어서는 지원할 여력이 생길 수 없겠지요. 은행은 결제기능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증시나 회사채시장 등 직접금융시장에 대한 의존이 너무 컸고 여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겪게 된 것입니다.

▷위행장 : 단기처방과 장기처방을 구분해 위기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처방으로는 CBO(회사채 담보부 증권), CLO(대출채권 담보부 증권) 발행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며 공적자금을 조기 투입해 시장의 본래 기능을 회복해야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은행신탁과 투신사의 기능회복도 시급합니다.

장기적인 처방으로는 먼저 워크아웃작업이 제대로 돼야 하고 특히 CRV(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 설립을 통해 해당 업체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합니다.

또 기업도 여신심사 등에 있어서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수용해야 합니다. 은행의 지주사 설립에 있어 종금사를 자회사로 두고 투자금융을 전담케 하는 것도 기업자금난을 해결하는데 방안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사회 :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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