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한미은행은 13일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에 대주주로서 합병에 동의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나섬에 따라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 논의가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금융계는 칼라일 입장에서도 하나은행 외에 합병의 대상으로 간주했던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다른 대안이 없지 않냐는 중론이다.
금융계 일부에서는 한미은행이 지주회사를 설립해 독자 생존을 모색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투자에 대한 승인 조건으로 금융구조조정에 적극 협조키로 정부와 약속했던 만큼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무엇보다 한미은행 신동혁 행장이 대주주 설득에 직접 나선 것이 합병 논의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신행장은 대주주인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에게 하나은행과의 합병의 필요성을 재차 역설하면서 조속히 합병에 동의해 줄 것을 요구함으로써 합병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금융계는 한미은행의 이러한 움직임이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안이 급부상함에 따라 더 이상 합병을 지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한미은행은 금융계 및 정부로부터 합병을 지체한다며 질타를 받아왔지만 사실 은행이 나서서 합병을 진행했다면 벌써 합병선언을 끝냈을 것이다.
대주주인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이 보다 나은 조건의 합병 파트너를 찾기 위해 시간을 지체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미은행이 다른 전략을 가지고 합병을 지체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아왔던 것이다.
물론 한미은행은 외자유치 과정에서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과 미숙하게 협상을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됐다.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과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고 3월과 6월 2회에 걸친 정밀 실사과정을 거치면서 합병과 관련된 논의를 벌여 확실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계는 합병이 늦어진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합병의 열쇠를 쥐고 있는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의 불분명한 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칼라일이 외국 펀드라 할지라도 1년이라는 시간은 국내 은행들과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서 충분히 알 수 있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합병에 대한 결정을 미루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물론 주주가치의 상승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합병에 대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강구할 수는 있지만 하나은행과의 합병이 기정사실화된 상태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은 대주주로서 적절하지 못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민-주택은행의 합병협상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칼라일 김병주닫기

이 관계자는 또 “이제는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은행의 입장을 전달했고 칼라일도 이러한 상황인식을 충분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의 상황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국민 주택은행의 합병 가시화로 한미은행과 칼라일은 더 이상 합병을 지체할 명분이 사라졌다”며 “하나은행과의 합병 외에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칼라일측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한미은행과 칼라일은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때”라며 “합병 비율 산정을 구실로 더 이상 합병을 미룰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