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매 분기별로 가결산을 해 BIS 자기자본비율을 발표해야 하고 경영정상화 계획이 진행중인 은행은 BIS 비율을 10% 이상으로 맞추지 못할 경우 은행장등 경영진의 자리가 위협받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해가 된다.
더욱이 은행주가가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본을 확충하는 길은 후순위채 발행 밖에 없다. 조흥 한빛 외환은행이나 지방은행들의 경우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고 있어 증시를 통한 기본자본 확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은행들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려는 것은 내년부터 예금보호한도가 2000만원으로 축소되는 것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예금보험 한도 축소를 앞두고 금융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경영상태가 부실한 은행에는 예금을 하지 않으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 고객들은 은행이 부실하냐 우량하냐 여부를 주로 BIS 비율로 따진다. IMF를 겪으면서 일반 주부들까지 BIS 비율로 은행의 우량 여부를 따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처럼 은행 입장에서는 은행장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예금인출 사태를 막기 위해서도 BIS 비율을 최대한 높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에 따른 코스트는 만만찮다. 후순위채는 발행기관이 파산할 경우 변제순위가 제일 뒤로 밀리는 만큼 당연 일반 선순위채에 비해 금리가 높을 수 밖에 없다. 한빛은행은 어퍼티어 2 외화후순위채를 11.5%까지 주고 발행했다.
거의 모든 은행들이 추진하고 있는 창구판매 원화 후순위채도 금리가 10.5% 안팎에 이른다. FRN등 일반 외화자금 조달(선순위채) 금리가 L+2% 수준, 원화 정기예금 금리가 8% 수준임을 감안하면 후순위 조달은 원화 외화 모두 선순위채에 비해 2%포인트 이상 높다.
이처럼 고금리로 조달하기 때문에 마진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후순위채로 조달한 자금에서는 역마진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BIS 비율을 10% 이상 유지하기 위해 치르는 코스트는 비단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BIS 비율을 높이려면 자본확충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순익을 내야한다. 순익을 내기 위해서는 대출을 늘려야 하고 유가증권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대출이 늘고 유가증권 투자가 확대되면 위험자산도 늘어 BIS 비율 관리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환은행 본점 부서장 40여명은 지난 주말 신갈 연수원에 모여 BIS 비율을 10%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영업을 활성화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밤 세워 토론을 벌였지만 뾰족한 해답을 구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상호 모순되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BIS 비율을 10% 이상으로 유지하는데 따른 코스트 부담과 영업위축 등으로 은행들의 허리가 휘면서 우리 금융당국의 BIS비율 관련 정책방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코메르츠 은행 관계자들은 지난해말 외환은행이 CB형식의 후순위채 발행 등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BIS비율을 10% 이상 유지하려는 것을 보고 굉장히 의아해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트리플 A등급인 코메르츠은행의 BIS 비율도 9% 수준인데 경영정상화를 밟고 있는 은행이 10%를 맞추려 했기 때문이다.
사실 BIS 비율은 은행 건정성과 신인도를 측정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지만 BIS 비율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단적으로 지방은행 중에는 BIS 비율이 14%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이 은행을 우량은행이라 한다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BIS 비율이 높다는 것은 우량은행임을 입증하기도 하지만 주주들이 마련해 준 자본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상업은행에서 BIS 비율이 너무 높은 것은 경영의 비효율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같은 사실을 감안하면 경영정상화 계획 등을 통해 획일적으로 BIS 비율을 높게 유지하도록 가이드하고 있는 금감원의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